기획복지위, 만장일치로 부결… 의장, “직권상정 계획 없다”

미추홀구의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미추홀구의회가 김정식 구청장의 보은성 인사 행정에 제동을 걸었다.

미추홀구의회 기획복지위원회는 10일 오전 위원회를 열어 미추홀구가 부의한 비서실 증원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미추홀구는 지난 7월 6.13지방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관계자들에게 조례에 없는 조직을 급조해 보은성 쌈짓돈을 챙겨주다 빈축을 샀다. 구는 말썽이 일자 이번에 아예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원 조직 조례 개정하는 발의했다.

개정안은 별정직 공무원 5명(5급 1명, 6급 1명, 7급 2명, 8급 1명)을 증원하는 것으로, 통과되면 미추홀구의 별정직 공무원은 모두 8명으로 늘어나게 되고, 이중 7명이 비서실에서 구청장을 보좌하는 일을 맡는다.

미추홀구는 정책기능 강화를 위한 증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천의 기초단체 대부분이 2~3명의 별정직 공무원만 채용한 상태에서 인천시 비서실(9명)에 버금가는 별정직 공무원을 두겠다고 해 보은성 인사를 위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확산됐다.

미추홀구는 정책기능 강화라고 했지만, 선거 기획과 수행을 맡은 이들의 지방자치와 행정에 대한 전문성은 검증되지 않아 의문이었다. 게다가 별정직 공무원을 무려 8명 둔다는 것은 지방자치 실시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시민사회는 상식을 벗어난 행정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의회의 제동으로 이어졌다. 미추홀구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라 의장과 기획복지위원장을 민주당 소속 의원이 맡고 있고, 기획복지위원회 역시 민주당이 다수당인데 같은당 구청장이 부의한 조례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노태간 기획복지위원장은 여야 모두가 한입으로 반대했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조례 개정안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모두 반대의견을 냈다. 그래서 만장 일치로 부결됐다”며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는 비판과 더불어 자질과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사기저하에 대한 우려도 컸다. 공직에 입문해 5급이나 6급, 7급이 되려면 상당한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아무리 별정직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잠시 선거를 도와준 이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5명이 대거 들어와 비서실에 똬리를 트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상임위의 부결로 미추홀구의 ‘인천시급 비서실’ 논란은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미추홀구가 비서실 인사를 증원하려면 17일 본회의 때 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부의를 해야 하는데 구청 안팎 여론이 나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배상록 미추홀구의회 의장은 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배 의장은 “상임위가 부결하기 전에 집행부가 의회와 의견을 조율해 개정안을 철회하는 게 더 보기 좋았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에 대해선 “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 계획 없다”고 말했다.

미추홀구의회 부결로 김정식 미추홀구청장은 제 식구를 챙기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부결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대목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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