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퀴어문화축제, 지지와 반대 의견 팽팽
"우리 여기 살고 있다는 것 알리고 싶다"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포스터(사진출처ㆍ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오는 8일 인천에서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여러 차별과 반대 속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밟아 당초 예정대로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인천 최초로 퀴어축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퀴어축제는 성소수자가 밖으로 나와 자신을 드러내고 권리를 인정받고자 진행하는 행사로, 2000년 제1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이후 대구·부산·제주·전주 등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당사자인 성 소수자는 물론, 비당사자도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국내에는 정확히 발표된 통계가 없지만 미국·영국·호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의 비율은 1~4% 내외로 알려진다.

정확히 집계 되진 않았지만 인구 300만명의 인천에는 분명 상당히 많은 성소수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적 억압과 차별, 혐오에 가려져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숨 죽여 살고 있다.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밝히며 세상으로 나오려 하면 그들을 ‘반대’한다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가로막기 일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990년,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지 무려 2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첫 퀴어축제를 앞둔 인천 곳곳에서도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성소수자들이 일부의 억압과 차별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위사실과 혐오로 가득한 퀴어축제 반대 이유

동인천역 북광장 곳곳에 걸려있는 퀴어축제 반대 현수막

행사가 예정된 동인천역 북광장은 이 축제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허위 사실도 많지만, 성 소수자들의 입장이나 관련 법 등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이에 따른 근거 없는 소문들도 사실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축제가 열리는 북광장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56세)는 “나는 이런거 잘 모르는데, 그냥 (축제를)안했으면 좋겠다. 사람들도 이렇게 반대한다고 하는데 꼭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상가의 김 씨(54)는 “나는 이거 반대한다. 성인용품 팔고, 옷 다 벗고 돌아다닌다는데 눈꼴 시려워서 어떻게 보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인근 송림초등학교 학부모라고 밝힌 40대 여성은 “축제에서 콘돔을 나눠준다고 하는데, 미성년자들에게 콘돔을 나눠준다는 건 법적으로도 안 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가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행사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일반 콘돔의 경우는 현행법 상 성인물품이 아니며, 퀴어축제 조직위 측에서는 성인용품 판매 계획이 없고, 옷을 다 벗고 퍼레이드를 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혐오성 소문들은 사실이 돼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다.

인천 동구청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70대 남성.

동구청 정문에서 축제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하는 한 70대 남성은 “성은 아름답고 조용한 것이다. 동성애 하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나와서 축제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인천은 서구 문물이 일찍 들어와 교회도 많고, 지금까지 이런 행사가 없어서 깨끗한 도시였는데 이상한 축제를 하면서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편견과 무지, 조직적 차별과 억압으로

이런 혐오성 발언과 입장은 개인의 무지 혹은 편견에서 시작해 조직적인 억압과 차별로 나타났다. 지난 3일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동구의원들도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동인천역 인근에 있는 인천 송림초등학교에서는 교장 명의로 된 안내문이 학생들에게 배포됐다. 여기에는 “퀴어축제는 미성년인 학생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들이 여과 없이 노출 될 것이므로 당일 행사장 주변에 절대 가지 말고, 행사 소리 등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동구 송림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준 퀴어축제 관련 안전지도 안내문 (사진ㆍ독자제공)

학교장의 승인이 필요한 학교 정문에도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되기도 했는데,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항의 해 현수막은 철거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송림초등학교 학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안내문을 받아왔다. 학교에 성 소수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학교가 나서서 한 것은 문제”라며, “매일 숨어살던 사람들이 단 하루 자신을 드러내는 날인데 그것마저 못하게 한다면 이 사회가 잘못 된 거고 그 사람들은 여기서 살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차별과 혐오가 아닌 인권과 평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동구청이 퀴어축제의 동인천역 북광장 사용을 안전 문제로 불허했다. 사람이 많이 모여서 안전문제가 우려 돼 사용 허가를 해주지 않은 것인데, 같은 장소에서 지난 5월 하루에 6만명이 모인 화도진축제를 개최한 것과 비교했을 때 논리적이지 않아 비판도 거셌다.

동인천역 주변 상가를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한 결과 연령대 별로 의견이 나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30대의 젊은 층에서는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하진 않는데, 불법이 아니라면 내가 그들을 반대할 권리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퀴어축제가 열리는 동구는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평균 연령이 높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축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을 것도 사실이다.

나, 여기서 숨쉬고 살아가고 있다

여러모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조직위는 축제 준비 막바지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퀴어축제를 지지하는 많은 시민단체들도 연대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천 퀴어축제 조직위는 6일 축제 준비가 한창인 사무실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출처ㆍ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퀴어축제에는 인천의 16개 정당·시민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35개 정당·시민단체가 연대한 인천지역연대에서 축제 지지와 혐오세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천지역연대는 광장은 시민 모두의 것이고, 성 소수자도 시민인 만큼 퀴어축제를 반대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며 반대 세력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축제 방식에 대해서는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토론의 대상이지 차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퀴어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성소수자들의 차별적 현실에 귀 기울이고, 인권과 평등을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화연(활동명) 인천퀴어축제 조직위 공동대표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연대하고 싶어하는 비당사자들도 함께 조직위를 구성해서 축제 준비에 힘쓰고 있다”며, “보이지 않을 뿐 성 소수자는 늘 곁에 있다.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인천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는 동인천역 북광장 주변을 돌며 퀴어축제를 홍보했다. (사진출처ㆍ인천퀴어문화축제 준비위원회)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축제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일단 교통편도 좋고 장소도 굉장히 넓다. 축제가 끝난 후 주변에서 야시장 등을 즐기기에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 뒤, “동인천은 과거 제물포항을 통해 신문물이 들어온 역사가 있듯, 모든 것을 아우르는 포용의 시작점이었다. 이곳에서 인천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새 역사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부모님 세대에 동인천은 젊음의 메카였다고 한다. 역사와 전통, 향수가 남아있는 동인천의 가치가 과거의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축제로 새로운 부흥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퀴어축제는 이성애가 정상이고, 그 이외는 비정상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억압받고 숨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내가 여기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나'이기 어려운 성소수자들이 그 날 하루만큼은 당당히 살 수 있는 날인 것이다. ‘나, 여기에서 숨 쉬고 살아가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