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타 논문 ‘로우 데이터’ 표절 심각”
인하대 “사실 확인해 입장 밝히겠다”

한진그룹 족벌갑질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 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인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명우 총장이 발표한 국내외 논문 7개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한 뒤 학자적 양심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다.

인하대 조명우 신임 총장의 논문 표절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일고있다.

조 신임 총장은 지난달 29일 정석인하학원(조양호 이사장) 이사회를 통해 15대 총장에 임명됐다. 인하대정상화대책위는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고, 인하대는 최대한 빨리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인하대 총장 선출은 조명우 교수(기계공학과)가 총장 후보 등록 과정에서 마감기한에 임박했는데도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하자 정석인하학원이 요건을 완화해주고, 또 조 교수가 이사회 심사 전에 ‘자신이 총장이 된 것 같다’며 일부 교수에 보직교수를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실제로 조 신임 총장은 조양호 이사장이 추천한 총장추천위원들의 몰표를 받아 최종 2인 후보로 선정되며 내정설이 파다했는데, 이번에 논문표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총장으로서 자질은 물론 학자로서 양심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한진그룹 족벌갑질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 대책위원회는 6일 오전 인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명우 총장이 발표한 국내외 논문 7개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했다.

“타 논문 쪼개기와 짜깁기로 작성해 이중 게재”

첫 번째 표절 의혹은 조 총장이 지난 2004년 발표한 논문이다. 조 총장은 아래 세 개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하거나 제1저자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는데, 세라믹 소재‘Si3N4-hBN’의 가공성을 연구한 논문3은 논문1과 논문2를 짜깁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논문1 R-curve behavior of Si3N4-BN composites (JOURNAL OF THE AMERICAN CERAMIC SOCIETY, 87, pp.1374~1377, 2004)

논문2 파우더블라스팅에 의한 Si3N4-hBN계 머시너블 세라믹스의 미세패턴 가공성평가 (한국공작기계학회 논문집, 13권2호, pp.33~39, 2004)

논문3 Machinability evaluation of Si3N4-hBN composites for micro pattern making processes (KEY ENGINEERING MATERIALS, 264-268, pp.869~872, 2004 )

우선 논문1은 hBN 함량에 따른 R-curve 평가 논문이고, 논문2는 hBN 함량에 따른 micro-powder blasting에서의 erosion depth 평가 논문이다. 그리고 논문3은 Si3N4-hBN의 가공성을 평가하는 내용으로 hBN의 함량에 따른 R-curve, erosion depth, micro-drilling에서의 thrust force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 총장이 논문3에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한 각종 로우 데이타(raw data, 실험을 통해 얻은 가공되지 않은 기초자료)를 논문1과 논문2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논문3의 전반부에 인용한 로우 데이타는 논문1의 자료와 같고, 후반부의 자료는 논문2의 후반부 자료를 그대로 베꼈다(아래 그림1 참조).

표절의혹 그림1.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논문1과 논문2에서는 조명우 교수가 단순 공저자로 돼 있지만, 이 두 논문을 합친 논문3에서는 제1저자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다. 교수들은 연구자의 윤리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인하대정상화대책위는 “이공계 논문에서는 로우 데이터 (raw data)가 핵심이다. 이공계 학계에선 이를 인용표시 없이 사용하는 것을 표절 중에서도 정도가 가장 심각한 표절로 본다. 그런데 조 총장은 위 논문 외에도 다른 논문에서 로우 데이터를 자기표절 했다(그림2와 그림3 참조)”며 “그것도 한두 곳이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로우 데이터와 표가 일치하는 것은 심각한 표절 행위”라고 비판했다.

논문 발표 시차가 14년 되는데도 로우 데이터는 같아

두 번째 표절 의혹은 논문4와 논문5다. 논문4는 ‘Si₃N₄-hBN’ 세라믹의 가공성을 연구한 ‘Evaluation of R-curve Behavior Analysis and Machinability of Si₃N₄-hBN Machinable Ceramics (장성민, 조명우, 조원승, 이재형. 한국정밀공학회지 21(1), 2004.1, 61-70)’이고, 논문5는 ‘Si₃N₄-hBN’ 세라믹 가공의 최적의 조건을 연구한 ‘Analysis of Cutting Parameters for Si₃N₄-hBN Machinable Ceramics Using Tungsten Carbide Tool (장성민, 조명우, 조원승, 박동삼. 한국생산제조학회지 12(6), 2003.12, 36-43)’이다.

논문4는 가공성이 뛰어난 세라믹을 제작하여 가공성을 연구한 논문이고, 논문5는 논문4에서 제작한 세라믹을 가공하는 데 최적하기 위한 조건을 연구한 논문이다. 두 논문 모두 세라믹을 가공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논문5는 논문4에서 제작한 세라믹을 이용한 것이라 유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논문5 전반부에 실린 로우 데이터는 논문4와 대부분 유사하거나 일치 한다. 논문5가 논문4의 데이터를 인용했다면, 출처를 밝혀야 했으나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논문 내용을 보면 발표 시점도 논문4가 먼저 발표되는 게 상식인데, 논문 5가 먼저 발표된 것도 의문이다.

로우 데이터가 일치하는 항목은 아래와 같다. 논문4의 Figure 2와 논문5의 Figure 1, 논문4의 Figure 5와 논문5의 Figure 2, 논문4의 Figure 9와 논문5의 Figure 3, 논문4의 Figure 10과 논문5의 Figure 4가 동일하다. 그리고 논문4의 Figure 14와 논문5의 Figure 6 일부가 같고, 논문4의 Table 1과 논문5의 Table 2 일부 역시 동일하다(그림2 참조).

표절의혹 그림2

세 번째 표절의혹은 논문6과 논문7이다. 논문6은 1993년 발표한 ‘3차원 측정기를 이용한 Flexible Inspection System (조명우, 한국정밀공학회지, 제10권 제4호, 1993. 12)’이고, 논문7은 2007년 발표한 ‘New inspection planning strategy for sculptured surfaces using coordinate measuring machine. 27 Apr 2007.)’이다.

논문6과 논문7은 3차원 자유곡면을 효율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측정점의 위치를 결정한 후 측정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의 측정경로를 연구한 논문이다. 논문6은 논문7의 CAD방법에 카메라를 추가해 화상시스템으로 물체를 인식하고 Z-layer 개념을 도입했다.

논문6은 국내 논문이고 논문7은 외국 학술지 논문이다. 논문6이 논문7 보다 13년전에 발표됐지만 내용이 더 풍부하다. 논문7은 오히려 논문6의 일부분만 발췌해 외국 논문으로 완성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두 논문에 실린 로우 데이터는 시차가 14년이나 되지만 동일했다.

논문6의 Figure 2와 논문7의 Figure 5, 논문6 Figure 3과 논문7 Figure 6, 논문6 Figure 4와 논문7 Figure 8, 논문6 Figure 5와 논문7의 Figure 9(a)ㆍ(c), 논문6 Figure 6(a)와 논문7의 Figure 15, 논문6 Figure 6(b)와 논문7 Figure 17, 논문6 Figure 6(c)ㆍ(d)와 논문7의 Figure 18, 논문6 Figure 14와 논문7 Figure 19가 동일 했다(그림3 참조). 

표절의혹 그림3

“조 총장, 학자적 양심에 따라 스스로 책임져야”

인하대정상화대책위는 “논문에 타 논문 자료를 인용할 경우 원본이 등재된 학회의 전제 허락을 받고 출처를 밝히는 경우에만 그림이나 도표를 인용할 수 있다. 워낙 중요한 문제라 논문 등재 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그런데 조 총장은 출처 표기도 없이 일부 논문을 쪼개기 혹은 짜깁기로 작성해 이중 게재함으로써 연구 진실성을 심각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또 “영문, 국문 논문 관계없이 로우 데이터 그림이나 도표가 동일하다면 명백한 표절에 해당한다. 본인이 쓴 논문을 본인이 인용할 때도 명백히 출처를 밝히고 논문 심사위원들과 학회의 심사와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한두 곳 정도의 표절이야 관행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논문 전반에 걸쳐 타 논문의 로우 데이터를 그대로 베낀 것은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인하대정상화대책위는 논문 표절 의혹 검증과 함께 조 총장의 학자적 양심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다. 최근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가 논문표절 논란으로 사퇴했으며, 2006년 참여정부 때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논문표절 의혹으로 임명 13일 만에 사퇴했고,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자도 논문표절 의혹으로 지명이 철회됐다. 그만큼 표절은 연구자에 있어서 치명적인 윤리적 결함을 의미한다.

인하대정상화대책위는 “조양호 이사장과 이사회가 최종후보 선정과정에서 자기 사람 심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총장 자질 중 연구윤리 검증을 묵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인하대와 해당 학회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진실을 규명하고, 조 총장은 학자의 양심에 따라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인하대는 “금일 제기된 의혹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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