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애초 결정한 시정질의 기간을 박남춘 시장 일정에 맞춰 갑자기 축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 시장의 일정은 서울에서 열리는 일자리정책 관련 시ㆍ도지사 행사 참석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꼭 참석해야하는 중요한 일 때문에 시정질의 일정을 미룰 수 있지만, 일정을 아예 취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의회는 원래 오전 10시부터 하기로 한 시정질의를 박 시장 일정을 감안해 오후 3시로 연기했다가 아예 취소해버렸다. 이로 인해 시정부를 상대로 한 시정질의 기간이 이틀에서 하루로 줄었고, 이날 예정됐던 시정질의는 서면으로 대체하거나 다음날 하게 됐다.

이번 시정질의는 8대 시의회가 개원하고 처음으로 하는 시정질의다. 향후 시정부 정책과 사업 방향을 묻고 답하며 공론화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시의원들은 평소 파악한 시정의 문제점이나 지역 현안과 민원을 토대로 시정질의를 준비한다. 또한 시정질의와 시정부의 답변은 인터넷으로 중계되고 언론에 보도돼 시민에게 전달된다. 시정질의 기간을 축소한 것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축소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용범 시의회 의장은 시정질의 시간을 뒤로 늦췄다가 시정질의를 신청한 의원이 많지 않아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정질의 시간에 질의하겠다고 신청한 의원이 6명이고, 질의 사항이 16건이나 됐는데도 말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하면 될 것을 말이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시의회가 시정부의 들러리나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커졌다. 8대 시의회는 전체 의원의 92%가 민주당 소속이어서 지난 7월 개원할 때부터 같은 당이 집권한 시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냐는 세간의 우려를 샀다. 시정질의 일정을 취소한 것은 시민들이 준 시정부 견제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는 비판이 시의회 내부에서도 나온 이유다.

민선7기 시정부와 8대 시의회가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벌써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번 일은 시정부가 문제가 있는 정책이나 사업 추진을 눈감아 달라고 요청한 것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시정부의 거수기 전락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비판을 과장되거나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정부 견제에는 내용과 형식 모두 필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이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 시의회가 겸허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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