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2012년 1월 추운 겨울 아침이었다. 방학이었음에도 딸아이 먼 나들이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싸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집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러 왔으니 빨리 와달라는 전화였다. 무슨 일인지 알아볼 새도 없이 김 선생님 집으로 달려갔다.

혼자 살고 있던 김 선생님 집은 경찰들로 북적였다. 경찰은 서랍과 옷장, 책꽂이, 심지어 파우치와 속옷 사이사이까지 샅샅이 뒤졌고, 노트북의 파일을 점검해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복사했다. 이 작업은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그 사이 들려온 소식은 김 선생님 외에도 전교조 인천지부 선생님 세 명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있다는 것. 국가보안법 사건이라니,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 동조행위라니, 어찌된 일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이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전교조 통일위원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것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에 활발해진 남북 교육 교류행사를 위해 정부의 허가 아래 방북했고, 합법적 경로로 북의 교육자료 등을 가져와 각종 발표회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나눴다.

검찰은 압수수색 후 1년여 지나서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압수수색과 기소 모두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압박이 시작된 이명박 정부 말기와 박근혜 정부 초기에 이뤄졌다. 당시 보수 언론은 전교조 교사들이 이적단체를 구성해 이적행위를 했다고 강조하며 김일성 유훈을 급훈으로 사용했다는 식으로 빨갱이 몰이에 가세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교조를 해충에까지 비유하며 법외노조로 만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최근에 밝혀진 내용을 보면, 양승태 대법원장 재직 시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를 대신해 항고이유서와 증거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법원 판결에 압력을 넣었다.

당시 국정원과 검찰은 얼마나 조급했는지, 압수수색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집에서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차량을 이용해 내 눈 앞에서 채가기도 했다. 증거 없이 사건을 기획하다보니 생긴 불법적 수사행위였다.

무시무시한 기소 내용이 무색하게도 1, 2심 재판에서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 동조행위 혐의 모두 무죄 판결했다. 단,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북의 교육자료 등에 대해 이적표현물 소지죄를 적용,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 당시 이청연 교육감은 이 사건의 부당함을 공감하고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직위해제도 하지 않으려 버텼다. 하지만 교육부의 집요한 소송 협박에 결국 직위해제 했다.

직위해제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이 공무를 계속 담당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소된 공무원에게도 공판 변론 준비 등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목적도 있다. 임용권자의 판단으로 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 행위라는 법적 성격도 갖고 있다.

선생님들은 무려 41개월 동안 직위해제 상태로 있다. 유례가 없는, 해임과 같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영문도 모르는 제자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임금도 일부만 지급받는 등 심리적, 경제적 피해가 매우 크다. 김 선생님은 수사와 재판 등으로 지병이 악화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했고, 암이 발병해 수술까지 받았다.

얼마 전에 전교조 인천지부와 이 선생님들은 새로 취임한 교육감에게 직위해제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이 사건이 지난 정권 전교조 탄압의 산물이었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하루빨리 직위해제를 철회해 학교로 돌려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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