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운기 가칭 ‘인천 내항과 바다 찾기 시민모임’ 회원

인천시가 내항 8부두에 있는 곡물창고를 활용한 상상플랫폼 운영사업자로 CJ CGV(주)를 선정하면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건물 1만 2150㎡, 토지 2만 3903㎡의 작지 않은 규모의 운영권을 각종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로 활용하고자 하는 공룡기업에 내맡길 경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상생’플랫폼은 고사하고, 인근 지역 상권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CJ CGV(주)가 제출한 ‘공유재산(상상플랫폼) 대부 제안서’를 보면, 영화관, e스포츠 게임장, 펍, 바, 카페, 베이커리, 공방, 플리마켓, 호텔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러한 사업 속에 ‘시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적인 문제다. 시민은 단지 ‘영업의 대상자’로 머물러 있을 뿐이다. 사실 시가 진행해온 그간 추진 과정을 보면 애초부터 시민은 안중에 없었다. 재작년에 1·8부두가 4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반쪽인 8부두에 국한한 개방에 불과한데다 이마져도 철조망에 가로 막혀 바다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광장으로 활용 가능한 곳마저 인근 개항장 일대를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흰 선부터 그어놓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가 2015년 3월에 작성한 ‘인천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 사업계획 수립’을 보면, “사업대상지 내 산업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대규모 창고 시설을 리모델링해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창작센터로 활용함”이라고 돼있다. 이러한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어느 순간 사라진 채 ‘공공 기능 면적 20% 확보’를 조건으로 나머지 공간은 수익사업을 마음껏 해도 되게 허락한 것이다. 아마도 국토교통부 지원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으로 거액의 국비를 지원받은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다보니 이런 식으로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싶다.

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러한 공공재를 시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외부 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면서까지 넘기려하기 때문이다. 원도심 재생이나 내항 재개발에 어떤 가치와 지향점을 가져야하는지, 누구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없고, 그럴듯한 시설을 갖춰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성공인양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접근성과 공공적 활용성을 높여 성공적인 항만도시 재생 사례로 거론되는 일본 요코하마나 영국 리버플, 스페인 빌바오, 호주 달링하버,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상업논리에만 매달려있는지 알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주민참여, 민관협치라는 말이 회자돼도 이곳에선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박남춘 시장이 ‘시민이 주인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이 또한 이곳에선 공허하게 들린다. 그것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이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시민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더불어 단지 도시를 구성하는 콘텐츠를 넘어선, 도시 변화와 혁신을 견인하는 역할을 줘야한다. 설사 부족함이 있더라도 이러한 기회를 줘 경험을 쌓을 때 시민들은 도시의 진정한 주인이자 운영주체로 성장할 수 있고, 민관이 상호협력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

지난 유정복 시정부 시절 인천가치재창조니 시민주권이니 하는 멋진 말들을 쏟아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를 드러내지 못했다. 민선7기 시정부가 그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냉정히 판단할 일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