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난민이나 이주민이 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다는 프레임은 강력하다. ‘허위 난민 신청자’란 누구인가. 최근만 해도 난민 심사과정에서 특정 공무원과 통역인의 악의적 인터뷰와 통역으로 난민 불인정을 받은 사건들이 법원 재판과정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했다’며 난민 불인정을 받은 신청자에게 난민 면접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인터뷰를 했냐고 물어보니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냐 길래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싶다”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집트에서 시위 가담으로 인한 처벌 내용이 적힌 법원 판결문을 가져온 난민신청자를, 인천공항출입국에서 ‘법원 판결문이 가짜’라며 입국을 불허한 사례 역시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이집트 대사관에서 법원 판결문이 ‘진짜’라고 확인해줘 입국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해당 신청자는 공항 환승구역에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남용’이란 무엇인가. 난민 면접 날짜를 제대로 통보받지 못해서, 심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해서, 상당수의 난민 불인정을 받은 신청자들이 재신청을 한다. 법무부에서는 이들의 사유가 무엇이든지 일단 ‘남용적 난민신청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아이디카드도 회수당하고 정해진 날에 여권에 도장만 받으면서 체류를 연장한다.

한 예멘인 ‘남용적 난민신청자’는 1차 심사에서 불인정 받은 후 아들의 실수로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다. 주변의 조언대로 행정소송을 했다.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할지 몰라 법원에서 하라는 대로 본인이 이름을 적고 내용을 적었다. 그런 식으로 대법원까지 갔다. 형식적인 소장만 겨우 만든 채로 그 소중한 기회들을 날려버렸다. 이 사람은 난민 재신청을 했다.

난민 불인정에 대한 행정소송이 늘어나자, 서울행정법원에서는 난민신청자들의 변호사비에 대한 소송구조를 거의 해주지 않고 있다. 한 언론은 난민신청자의 20%는 행정소송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실상은 기가 막히다. 본국에서 동 호수의 개념이 없었던 난민신청자들이 주소를 적을 때 동 호수까지 쓰지 않아 우편을 제 때 수령하지 못하고, 경제적 문제로 이사를 다니기 때문에 우편을 수령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국어로 돼있는 법원 사이트를 확인하지도 못한다. 이렇게 정보를 얻지 못해 소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 이는 ‘브로커’의 등장을 만든다.

이주민이 ‘불법자’가 되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가. 난민법에 따라서 난민 신청 후 6개월까지 지급될 수 있는 생계비는 모든 난민신청자에게 의무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지급받는지도 모르고, 지급 신청을 해도 지급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두 번 이상 단속되면 ‘불법 취업’으로 강제 퇴거된다. 심지어 이 기준도 바뀌는데 정작 난민신청자들은 해당 내용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생겨나는 ‘불법, 가짜, 남용’ 이주민의 문제를 정부는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 매해 홍보되는 불법체류자의 단속 성과 속에서, 무리한 단속으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이주민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부의 단속 방식은 개선되기는커녕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해 단속 절차를 간소화하고 범위를 확장한다.

법무부는 난민 신청을 많이 하는 국가의 무사증을 폐지시키고, 공항 환승구역까지 비자를 받아야 통과가 가능하게 하는 등, 공항에서 난민신청이 가능한 난민법의 조항을 무용하게 만들고 있다.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들에게 마약검사와 소변검사를 실시하고, 이제는 개인 SNS까지 제출하게 해 검사하겠다고 발표한다. 법무부는 자신들의 관리와 통제의 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난민이나 이주민 반대 정서를 제지하려는 의지가 없다. 난민이나 이주민에게 법을 남용하는 것은 오히려 법무부가 아닌가.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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