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람'과 '구조'다

제 19호 태풍 '솔릭'이 큰 피해 없이 인천을 비껴나갔다. 인천시나 인천소방본부에도 24일 현재까지 태풍으로 인한 피해신고는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기상청의 예보가 '다행히' 틀렸지만 기상청의 입장에서는 또 정확한 예보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기상청은 왜 일기예보를 틀리는 것일까?

기상청이 발표한 강수유무 예보 정확도는 2016년 무려 92%에 이른다. 일정시간동안 특정 지역에 비가 올지, 안 올지를 거의 대부분 맞춘다는 것인데, 국민들의 체감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김도읍 국회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기상예보 국민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국민들의 만족도는 평균 75.28점에 머물렀다.

우스갯소리로 ‘비오면 무릎이 쑤신다는 할머니 무릎 예보가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실제 체감 정확도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부정확한 예보의 원인을 유례없는 기후 변화와 대기흐름, 수치모델 예측 하향, 예보관의 수치예측 한계 등 사전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고 2016년부터 향후 10년 이내에 강수유무예보 정확도를 95%수준으로 올리고, 100여명의 우수 예보관 인력풀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기상청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하는 노력이야 알겠지만, 2014년 구입한 569억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갖고도 사전 예보가 부정확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 슈퍼컴퓨터와 위성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기사도 많다.

결과적으로 보면 문제는 시설이나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구조’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가 데이터를 내 놓으면 기상청 예보관이 이를 분석해 기상예보를 내는 것이다. 기상예보에서 예보관의 영향력은 무려 30%에 가깝다고 한다.

자연환경을 100% 예보하긴 어렵겠지만, 기상청이 이정도로 신뢰받지 못한 다는 것은 그만큼 우수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우수인력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거나 스스로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예보관은 밤샘 노동을 밥 먹듯 하는 등 노동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또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을 쌓으려하면 다른 자리로 옮겨가야해서 실력 향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최첨단 기계를 갖췄다고 해도 결국 그를 사용하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그 사람이 전문성을 갖도록 하는 환경과 자신의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면 지금보다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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