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때 시작한 모임
시민단체, 해체 목소리 높여

인화회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각계 고위직 인사들의 사교 모임

인천지역 정ㆍ관계, 법조계, 재계, 언론계 사교 모임인 ‘인화회’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화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6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기관 간 업무 조율과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든 인천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비롯했다.

이 기관장 모임은 50년간 이어지며 이른바 각계 여론주도층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정ㆍ관계, 법조계, 경제계, 언론계, 교육계와 관변단체 등의 고위직 인사들의 사교 모임으로 확대됐다.

인화회 회장은 인천시장이다. 회원은 인천지방법원장ㆍ인천지방검찰청장ㆍ인천지방경찰청장ㆍ국정원 인천지부장ㆍ세무서장ㆍ언론사 사장ㆍ대학 총장ㆍ병원장ㆍ군 사단장ㆍ고위 공무원ㆍ군수와 구청장ㆍ공공기관장ㆍ기업인ㆍ금융기관 고위 간부 등 약 220명이다.

구성을 보면, 기업인 89명(40.5%), 고위 공무원 20명(9.1%), 직능단체 대표 20명(9.1%), 공공기관장 17명(7.7%), 금융기관 15명(6.8%), 의료기관장 13명(5.9%), 자치단체장 13명(5.9%), 관변단체 10명(4.5%), 교육기관 9명(4.1%), 군부대 7명(3.2%), 언론사 6명(2.7%), 기타 1명(0.5%)으로 돼있다.

인화회는 언뜻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지역 유지들의 모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였던 유정복 전 시장이 인화회 월례회에 나타나 공직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었고, 상당수 기관장과 기업체 대표들이 판공비로 인화회 회비를 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2007년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을 때 인천지검 청사에서 시장이 포함된 인화회 회원들이 ‘바비큐 만찬’을 한 게 알려져 공분을 일으켰다.

특히 인화회는 시 조례 기구가 아닌 사조직임에도 시 총무과장이 간사를 맡아 인화회 업무를 담당한다. 시가 사조직에 행정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실제로 월례회에서 시정 정보를 취합하고 주요 사업을 보고하고 논의까지 했다.

게다가 지금은 민관 거버넌스가 중시되고 ‘김영란법’이 시행 중인 시대인데, 정ㆍ관계와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시 행정의 지원을 받아 공식적으로 모이는 것도 모자라 서로 감시하거나 견제해야할 법조계ㆍ언론계까지 한 데 어울리는 것은, 시민들로부터 로비와 청탁의 창구라는 의혹을 피해기 어렵다.

사정기관의 장이 속해 있는 조가 ‘프리미엄’조

실제로 인천의 기업가들은 사정당국을 상대로 한 ‘보험성’ 인맥 구축과 각급 기관과 재계를 상대로 한 ‘사업성’ 인맥 구축을 위해 인화회 가입을 희망한다.

회원이 되면 인천에서 오피니언 리더에 속한다는 자부심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인ㆍ허가권과 단속권을 지닌 지자체를 비롯해 검찰ㆍ경찰과 세무서 등 사정당국, 심지어 법원과 언론, 금융,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화회 12개 조 중에서도 사정기관의 장이 속해있거나 시의회 의장 등이 속해 있는 조가 이른바 ‘프리미엄 조’로 불리고 선호하는 조로 꼽힌다.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회원 2명이 추천하고, 운영위원회(위원장 시 정무경제부시장)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그 뒤 운영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입회할 수 있다. 입회비는 500만원이고, 월 회비는 5만원이다.

회원 가입 자격요건은 더 까다롭다. ‘재인 공공기관장이나 주요 단체ㆍ기업체의 대표 또는 이에 준하는 사회지도층 인사’여야 한다.

구체적 자격요건을 보면, 인천에 거주하는 지역 유지로 ▲인천에 소재한 각급 기관의 장(단, 중앙기관 산하 기관장은 4급 이상 관서장) ▲인천에 소재한 대학 학장급 이상 교육계 인사 ▲인천 단위의 민간단체ㆍ협의회의 장 ▲인천 소재 기업체(공기업 포함) 대표 ▲중앙 금융기관 인천지역 (母)지점 대표 ▲기타 운영위에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자다. 전체 회원 수는 220명을 초과할 수 없고, 전체 정원의 10% 이상을 여성 회원으로 한다고 돼있다.

시민단체, “시가 계속 관여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것”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유정복 전 시장 때도 인화회 해체와 시의 참여ㆍ지원 중단을 요구했지만, 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는 민선7기 박남춘 시장 취임 이후 다시 시의 참여ㆍ지원 중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12일 “시는 인화회 운영과 참여에서 손을 떼라”는 성명을 내고, 시가 계속 공무원을 동원해 인화회 운영에 관여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인화회 규칙 제3조(연락사무소)엔 ‘시 안전행정국 총무과 내에 (인화회) 연락사무소를 둔다’고 돼있다. 그러나 인화회는 조례에 의한 기구가 아니기에, 이 조항은 시가 인화회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시민들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촛불정신으로 시정부를 교체했다. 시가 인화회에 계속 관여하는 것은 적폐 청산이라는 촛불정신을 져버리는 것이다. 시가 지속적으로 인화회를 운영하고 참여할 경우 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인화회 해체와 시의 참여ㆍ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인화회는 오는 14일 운영위를 열어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과거에 인화회를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운영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시는 빠지고 인천상공회의소가 주도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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