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내가 속한 ‘청년광장’이라는 단체에선 매해 여름과 겨울에 ‘청년희망투어’라는 이름의 캠프를 진행한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참가자 40~50명이 우리 사회를 공부하고 사회의 모순과 싸우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연대행동을 한다. 올해로 5년째다. 여름과 겨울, 한 해에 두 번 하니, 횟수로 따지면 이번 여름 희망투어는 아홉 번째다.

이 캠프의 취지는 우리 사회의 희망인 청년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자는 것이다. 일상에서 경쟁과 갑질에 둘러싸여있고, 캠프 기간 폭염이나 강추위에 지쳐있는 참가자들이 오히려 희망을 보고 힘을 얻고 오는 투어였다.

이번 희망투어는 제주 4.3공원과 북촌마을, 목포 신항을 지나 세월호 유가족, 파인텍 노동자, 쌍용자동차 노동자, 대한항공 직원연대 노동자들을 만났다.

희망투어를 진행할 때마다 새로운 현장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이전에 방문했던 이들을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바뀐 현장 상황을 전해들을 때에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매우 기쁘지만 더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안 좋아진다. 안타깝게도 마음이 안 좋아지는 소식을 기쁜 소식보다 더 많이 듣는다. 그렇기에 연대활동이 끝나고 헤어질 땐 ‘다음에는 승리문화제 때 만나요!’라든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음 번 희망투어에는 만나지 말아요!’라고 인사한다.

올해 여름 희망투어의 17박 18일 일정이 지난달 28일 무사히 끝났다. 매번 참 비슷한 듯 보이지만, 참가자 개개인에겐 매번 다른 의미를 남긴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사회의 여러 단면을 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어떻게 해결될지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거나 좌절할 때도 있다.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고민을 해결하기도 한다. 희망투어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희망투어를 하면서 느낀 감정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왜 이렇게 문제들이 많고, 또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민주주의 사회에선 당연한 현상이다. 개개인의 목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잘못하면 유무형상의 폭력이 발생할 수 있고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약자가 누구인지 알아야한다.

보름 정도 희망투어를 다녀온다고 해서 사회가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결국 시작에 불과하다. 참가한 청년들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고민하고, 그런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청년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아마 자기 자신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희망투어에 함께한 청년들은 최소한 갑의 횡포에 직면했을 때 좌절보다는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약자의 편에 설 것이다. 여기에 희망투어의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희망투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이 벽에 갇혀 사회를 바로보기 어려운 지금, 희망투어와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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