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인하대 소유와 경영 분리해 대학 자율성 보장해야”

교육부 조사결과 발표로 지난 11일 한진그룹(조양호 회장) 총수 일가의 인하대학교 운영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의 부정편입학은 사실로 드러났고 졸업학점은 부족했다.

조양호 회장은 정석인하학원이 발주한 각종 일감을 수의계약으로 정석기업에 몰아주고, 인하대 의대 일부를 사립학교법을 위반해 정석기업 건물을 빌려 사용함으로써 정석기업이 부당이득을 취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우재단 이명희 이사장은 또 재단 장학금을 인하대 교비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조원태 이사의 편입학과 학사취득을 취소할 것을 인하대에 통보하고, 조양호 이사장에 대해서는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예정이라 했다. 일우재단이 가져다 쓴 교비는 환수할 것을 명했다.

이처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위법한 대학 운영이 공개되면서, 정석인하학원 이사회를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현재 인하대총장추천위원회가 진행 중인 총장 공모 또한 공개적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는 이사 15명 중 3분의 2가량이 조양호 이사장과 조원태 이사를 포함해 친인척이거나 한진 계열사 관계자들이다. 사실상 조양호 이사장 1인 지배체제나 다름없다.

인하대교수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우선 “이번 총체적인 부실 사태에 조양호 이사장이 책임지고 영구 퇴진하고, 그 측근들로 이루어진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회는 전면적이고 민주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하대교수회는 또 총장 선출과 관련해 “대학 운영에 부정을 저지른 정석인하학원이 주도하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서는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 뒤 “이번 총장 선출과정 자체가 대학의 민주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과정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민주적 개선을 위한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인하대교수회는 우선 대학 경영의 자율성 보장을 촉구했다. 교수회는 “부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대학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이 항구적으로 정착돼야 한다”며 “총장 후보의 검증과 추천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과 소신이 최우선 조건이 돼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 교수회는 총장 공모 과정의 공개를 강조했다. 교수회는 “학교 구성원들이 총장 후보군의 인성과 자질,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한 비전을 검증할 수 있는 공개적인 기회를 마련하고, 구성원들의 검증 결과를 최종 후보 선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회는 이어 한진그룹을 향해 “전체 교수들의 명실상부한 대표기관인 교수회에 대한 무시 일변도의 태도를 중단하고 교수회와 공식적인 관계를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인하대교수회는 학교법인에 총장 후보 공모가 끝나는 오늘 25일까지 교수회 요구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교수회는 “요구를 무시할 경우 총장 선출과정이 정당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거부할 것이며,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에 대한 전면적 거부와 불복종 운동에 돌입 할 계획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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