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지난 6월 13일 오후 5시 무렵부터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실에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교육감 선거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방송을 함께 보기 위해서였다.

교사들은 지지하는 후보가 있어도 SNS에서 ‘좋아요’ 한 번을 누르지 못하고, 교원단체는 정책협약이나 후보 초청토론회도 하지 못했다. 어떠한 의사표현도 하지 못한 채 맞이하는 선거결과란 도박판의 마지막 패가 드러나는 순간과도 같을 것이다. 1기 진보교육감이 꽃피우지 못한 인천교육 개혁이 이번에는 가능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출구조사 결과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6시 정각이 되자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교육감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화면에 뜨자 모여 있던 조합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기 진보교육감 시절에 결실을 맺지 못한 교육개혁과 참교육을 다시 시도할 수 있겠다는 기쁨에 술잔을 높이 들기도 했다. ‘전교조 아웃’ 선언과 흑색선전이 난무한 가운데 전국 14개 시ㆍ도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고, 거기에 인천도 포함됐다.

민심이 진보교육감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은 그만큼 교육개혁 열망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전 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시민들이 다시 진보 성향 교육감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지난 2일 취임한 도성훈 교육감에겐 전임 교육감 시절에 완수하지 못한 적폐 청산은 물론, 행복배움학교 안착과 확산,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함께 보장할 제도ㆍ문화 개선, 법외노조 통보 후속 조치 철회, 그리고 무엇보다 직위 해제된 조합원 4명의 원직 복직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아울러 많은 도시들이 안고 있는 신도시와 원도심 간 교육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인천교육을 말할 때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학력 저하’ 우려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학력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철학으로 돌파해야할 것이다.

게다가 변화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표방하고 있는 인천은 평화와 통일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교육체제를 선도적으로 준비하고 마련해야하는 시대적 과제도 안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도성훈 교육감의 당선과 취임을 보면서 우려 섞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이다 보니 한 쪽으로 치우친 교육정책을 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도 교육감은 후보 공약에서 ‘미래교육위원회’를 통해 인천교육의 비전과 정책을 만드는 데 지역사회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교육과 시교육청이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미래교육위원회’가 교육에 다양한 이해를 가진 교사ㆍ학생ㆍ학부모ㆍ시민들과 소통하며 인천교육의 앞날을 설계하는 기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도 교육감은 당선 인터뷰에서 “촛불혁명의 정신을 교육혁명으로 완성하라는 시민 염원이 반영된 승리”라고 밝혔듯이, 교육개혁을 넘어 교육혁명을 완성하라는 민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행해야한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교육 주체들의 의견에 늘 귀 기울이고 민주적으로 이행하길 바란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부는 것처럼, 인천교육에도 참교육이 활짝 꽃 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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