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퇴 외면 한 채 대부분 자리지키기 돌입
시민단체 “사표 내고 재신임 받는게 정치적 도의”

인천시 본청 청사 전경.

민선 6기 때 유정복 시장이 임명한 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ㆍ출연기관, 각종 특수목적법인의 정무직 인사들이 민선 7기와 호흡을 맞추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가자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선 6기 정무직 인사의 경우 유정복 시장과 정치적인 행보를 같이한 만큼, 유 시장의 퇴임과 함께 사퇴하는 게 정치적인 도의라는 것이다. 반면 임기가 남아 있으니 이를 채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자는 시 체육회 강인덕 상임부회장이다. 강인덕 상임부회장은 체육회장(=시장)이 공석이면 상임부회장이 잔여 임기를 계승하는 것이라며, 이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시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강 상임부회장의 거취문제는 일단 대한체육회가 강 부회장의 임기가 4년(2016.2. ~ 2020.2.)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1라운드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시와 시체육회가 대한체육회의 유권해석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갈등의 소지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민선 6기가 출범했을 때도 이 같은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선 6기는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의 사퇴를 종용했고, 인천도시공사 사장의 경우 임기 1년 7개월이 남은 상태에서 사장 후보자를 공모했다. 인천의료원장도 1년 8개월을 남기고 그만뒀다.

민선 6기가 임명한 정무직 인사는 곳곳에 있다. 인천도시공사 황효진 사장은 민선 6기 때 도시공사 상임감사와 시 대외협력특보를 거쳐 다시 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황 사장은 유 전시장 최측근으로 분류되지만 그만둘 마음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출신으로 지난해 인천관광공사에 사장에 임명된 채홍기 사장 역시 지난주 시의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열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광공사에는 이밖에도 검찰의 특혜채용 수사를 받는 김현 전 마이스산업단장과 민선 6기 때 인사 문제로 내부에서 논란을 야기한 최혜경 본부장이 버티고 있다.

인천교통공사의 경우 월미은하레일 부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중호 대표이사가 있고, 상임이사에 한나라당 시의원 출신으로 유정복 시장을 도운 이근학 본부장과 언론인 출신 이상원 상임감사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 출자ㆍ출연기관 중에선 이종열 인천발전연구원 원장만 그만두고 다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종열 인천대 교수는 지난달 지방선거가 끝난 후 6월 말에 사퇴했다. 취임 8개월 만의 일이었다.

경영난에 봉착한 인천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의료원 수익 창출의 핵심 역할을 했던 의료진이 김철수 원장과 소통을 문제로 그만두면서 외래환자와 입원환자가 급감해 경영난에 봉착했고 의료진 공백은 여전한데, 김철수 원장은 시의회 첫 업무보고 때 ‘문제 없다’로 허위로 보고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도 인천문화재단에는 최진용 대표이사와 언론인 출신 박선홍 사무처장이 민선 7기와 호흡을 맞추겠다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천종합에너지도 유정복 전 시장의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 시장 보좌관 출신인 이웅수 전 인천시 서울사무소장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고, 한국당 출신의 이선택 자문역도 간부 자리를 꿰차고 있다.

정무직 인사는 공기업과 출자ㆍ출연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정무직 인사가 자리를 차지한 곳은 각종 개발사업과 관련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민선 6기 대변인을하다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주식회사로 자리를 옮긴 박현수 대표이사는 당초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사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트센터인천 사업과 관련해 지원 1단지를 개발을 맡은 IAC(인천아트센터)주식회사엔 이필주 대표이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밖에도 행안부 출신으로 유정복 전 시장과 인연을 맺어 민선 6기 시 감사관을 지낸 정중석 전 감사관은 관피아 논란 속에 인천로봇랜드 대표를 맡았고, 인천스마티시티 주식회사 박병철 대표이사는 자유한국당 보좌관 출신으로 대표자리를 받았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정무직 인사의 경우 임기가 유정복 시장과 정치적 호흡을 같이한 인사들이다. 시장이 바뀐 만큼 신임 시장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재 신임을 받는 게 정치적 도의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박남춘 시장은 인천의 마지막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했는데, 자유한국당과 호흡을 같이한 인사들이 이제 민주당 시장과 호흡을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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