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가 환경단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모양이다. 이유는 폐기물관리법상 무단투기다. 사연인즉, 인천녹색연합은 영종도 앞바다에 방치돼있는 불법 칠게 잡이 어구를 직접 수거해 중구청 앞마당에 버렸다. 중구에 수차례 수거를 요구했으나 변함이 없자 행한 직무유기 고발 퍼포먼스였다. 인천녹색연합은 실제 중구를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영종도 갯벌의 불법 어구 문제는 2013년 <KBS> 보도 이후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영종도 남단 인천대교 부근에 있는 어구들은 2015년에 해양수산부 환경관리공단이 수거해갔지만, 중구가 관리해야 할 용유해변 주변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다.

‘퍼포먼스라고 보기에는 과한 면이 있어 원칙대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게 중구의 입장이나, 오죽했으면 영종도 갯벌에서 불법 어구들을 수거해 트럭으로 중구청까지 가져왔겠는가. ‘법과 원칙’이라면 할 말 없는 세상이지만, 원인제공자는 중구라는 점에서 오히려 과태료 부과가 과한 면이 있다. 반성보다는 직무유기 고발에 성내는 꼴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중구 사건과 성격이나 정도는 다르지만, 공공기관이 앞뒤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법과 원칙’을 앞세운 사건은 최근에 또 있었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청소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의뢰해, 경찰이 그 청소년을 불러 조사한 것이다.

중학교 3학년인 이 청소년은 6.13 지방선거 기간에 ‘#선거법_위반을_자수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일체의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는 비(非)시민임에도 주제를 모르고 지인들에게 특정후보를 기표하도록 요구했습니다’로 시작해, ‘선거법이 개정돼 청소년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그날까지 해당 조항을 지속적으로 위반할 것을 미리 통보한다’로 마무리된다.

이는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60조 2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벌인 참정권 보장 요구 캠페인이다. 경찰 조사를 받은 청소년도 해시태그를 달고 글을 올렸다. 선관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 글을 쓴 이가 정말 미성년자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했지만, 전국적으로 벌어진 청소년들의 참정권 보장 요구 캠페인이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 본인의 선거법 위반을 자수한 건데,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한 것은 과해 보인다.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법과 원칙만을 앞세운 것 같아 안타깝다. 법과 원칙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사회는 발전하지 않는다. 비판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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