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 개항장 근대문화유산 활용 방안 2. 인천 개항장 근대문화유산의 현주소

인천 중구의 개항장 관련 근대건축물 현황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옛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

1883년 1월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된 이후부터 1950년 한국전쟁 이전에 지어진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은 인천에 210개가 있으며, 이중 172개가 중구와 동구에 밀집해있다.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이 있는 중구의 국가 지정 문화재는 ‘답동성당’이 유일하다. 답동성당은 프랑스 선교사인 빌렘 신부가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한 뒤 코스트 신부의 설계로 1897년 고딕양식으로 세워진 건물이다. 현재 건물은 1937년 기존 건물의 외곽을 벽돌로 쌓아올리는 개축공사를 완공하면서 로마네스크양식으로 변형했다.

근대건축물 중 인천시 지정 문화재로는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1883년, 현 인천개항박물관)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1890년, 현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1895년 중구 경동에 있던 이운사 건물 안에 있다가 1923년 완공된 인천우체국 ▲1891년 중국(청국)과 일본을 비롯해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으로 사용되던 제물포구락부 ▲인천전환국에서 주조되는 신화폐와 구화폐의 교환을 목적으로 설치된 일본 제58은행 인천지점(1892년 설치, 현 인천시 요식업조합이 사용 중) ▲인천에 주둔했던 일본군 공병대가 물자를 빠르게 운반하기 위해 1908년 완공한 인천항과 전동을 연결하는 돌문인 홍예문 ▲1883년 개항 무렵 조성된 용동 큰 우물 ▲1883년 일본 조계와 1884년 청국 조계가 생기면서 경계지역으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과 연결되는 계단인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1903년 점등을 시작해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등대 ▲1919년 3.1운동과 용유도에서 일어난 3.28 독립운동을 모의한 장소로 알려진 조병수 가옥 등 열 가지가 있다.

근대건축물 중 등록문화재로는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했던 일본의 운송회사 사옥인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1888년 신설) ▲1933년 인천부청사로 신축돼 인천의 주요 행정기관 청사로 오랜 기간 사용돼온 인천부청사(현 중구청 본관 건물) ▲개항기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하역을 했던 회사의 건물인 대화조사무소(1880년대 말~1890년대 초 신설 추정) ▲짜장면을 최초로 개발해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공화춘(1912년) ▲1935년 세워진 인천중학교 강당(현 제물포고 강당) ▲인천 세관 옛 창고와 부속동(1919년 신축) 등 여섯 가지가 있다.

국가 지정 문화재와 시 지정 문화재 등은 ‘문화재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등록문화재는 근대건축물 가운데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을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등록할 수 있다. 등록문화재의 경우 외형은 보존해야하지만, 내부는 활용이 가능하게 일부 개ㆍ보수할 수 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 근대건축물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비지정 문화재다.

문화 창작 공간으로 활용되는 근대건축물도 있다. 등록문화재인 ‘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건물과 인근에 개항 이후 1930~40년대 지어진 붉은 벽돌 창고 건물 13개는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사용 중이다. 인천지역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지원과 일반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2009년 조성돼 활용되고 있다.

개인이 구매해 예전 모습을 보존하면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와바타 에자부로라는 일본인이 1942년 이와야 철물점 창고로 지은 벽돌 건물인 가와바타 창고는 개조돼 ‘아침바다’라는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1910년대 모자와 넥타이 등을 팔던 후루다 양품점은 ‘버텀라인’이라는 재즈클럽으로 이용 중이다. 등록문화재인 대화조사무소는 건물의 예전 원형을 복원해 팥빙수와 팥죽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카페 ‘팟알’로 변신해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현황 파악 조차 되지 않는 근대건축물이 꽤 많은 것으로 파악 된다.

개항장 근대건축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제물포 개항 직후 일본인 거주지 본정(현 중앙동) 거리 모습.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사진제공·인천화도진도서관)

중구는 2011년부터 중구청 일대 신포동ㆍ동인천동ㆍ북성동 일원 53만 7114㎡를 ‘인천개항장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개항장 일대의 근대적 경관을 보존하고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을 유치해 개항장 역사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지구로 지정되면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되고, 근대건축물은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이뤄져야한다. 또한 50년 이상 된 근대건축물을 대수선하거나 수리하는 데 최대 3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융자를 지원한다.

중구는 중구청 바로 앞에 위치한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1883년 개설)을 ‘인천개항박물관’, 1890년 설치된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 건물을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최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호텔이었던 대불호텔을 복원해 ‘대불호텔 전시관’과 ‘중구 생활사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는 인천시ㆍ인천관광공사 등과 함께 ‘인천 개항장 밤마실’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며 개항장 만의 문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개항장의 근대문화유산을 간직한 중구는 이를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나서고 있지만, 한편으론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주차장이 필요하다며 근대건축물을 철거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구 뿐 아니라 인천시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차장 건립 위해 근대건축물 무분별한 철거
 

2017년 5월 30일 철거된 옛 애경사 건물.(인천투데이 자료사진)

 100년이 넘은 근대건축물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문화예술인과 시민단체들이 철거를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5월 30일, 두 시간 만에 허물어져버린 인천 중구 송월동 애경비누공장(애경사 운영) 얘기다. 이 건물은 1912년 건립돼 100년을 넘게 버텨왔는데, 중구는 송월동 동화마을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을 짓겠다고 철거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중구는 1897년 건립된 답동성당 앞에 있는 가톨릭회관(1973년 준공)과 옛날에 박문보통학교로 사용됐던 사제관과 수녀관(1954년 준공) 철거 계획을 밝혔다. 역시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이유였다. 시민단체들은 인천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건물인 가톨릭회관과 인천 근대교육의 상징인 옛 박문보통학교 건물 철거를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구는 최근 3년 사이 개항장 이후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을 다섯 개나 철거했다. 1930년 지어져, 일본에서 건너온 요정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송주옥’, 1939년 지어진 남한 최초의 소주 공장인 ‘조일양조장’, 1941년 신축돼 인천시민들을 영화의 세계로 이끌었던 ‘동방극장’ 등이다. 이 건축물들이 철거되고 난 부지는 모두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주차장이 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사업가의 저택에서 광복 후 사교클럽으로 사용되다가 1966년 인천시가 사들인 뒤 한옥 건물로 개축해 인천시장의 공관으로 사용됐던 ‘인천시역사자료관’은 시가 외국 주요 인사의 숙소인 ‘영빈관’으로 개조하려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한국 최초 실내 극장인 ‘협률사’의 맥을 잇는 ‘애관극장’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근대건축물 훼손 비판 일자, 부랴부랴 조사 나서

애경비누공장 건물 철거로 비판이 일자, 시의회는 근대건축물 보전을 위해 시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의회는 지난 2015년에 제정된 ‘인천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부분도 지적했다.

이에 시는 ‘건축자산 기초조사 및 진흥 시행계획 수립 연구용역비’ 3억원을 예산에 편성했고, 지난달부터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근대건축물뿐 아니라 역사ㆍ경관ㆍ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의 현황을 파악하고 체계적 관리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건축자산 가치판단 기준과 보존ㆍ활용방안도 마련한다. 연구용역 결과는 내년 10월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구도 자체적으로 건축자산을 조사 중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