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출 기한 다가오는데 별 이유 없이 "다른 병원 찾으라"
돈 안되는 환자라 기피하나…처벌 규정도 없어

기초수급자 김정수(가명?50)씨는 지난 3월부터 생계급여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목과 허리디스크, 당뇨로 수년째 직장을 다니지 못한 그에게 1인 가구 생계급여 50만1600원은 유일한 수입이다. 집 월세 내기에도 빠듯한 돈이지만 이마저도 없으며 생활이 불가능한 그다.

김씨는 최근 인천 남구청에서 근로능력평가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한은 지난 26일까지였다.

김씨 같은 조건부 기초수급자는 수급 신청 3개월 이내에 자신이 노동능력을 상실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진단서를 받아 구청에 내야 한다. 이후 1년마다 진단서를 내 노동능력 여부를 평가 받아야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지난 18일 자신이 다니던 동네 의원에 진단서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이유도 듣지 못한 채 거절당했다. 대신 해당 의원 원장은 김씨에게 진료의뢰서와 그동안의 진료 기록, 엑스레이(X-Ray) 사진이 담긴 컴팩트디스크(CD)를 건네며 인하대병원과 남구의 A병원을 소개했다.

곧장 A병원을 찾았지만 김씨는 이번에도 진단서를 받지 못했다.

그는 “병원장이 나를 진료한 의사였다. 진단서 제출 시한이 26일까지였는데 2~3달 걸리는 진료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며 “증상과 진단서가 필요한 이유를 말해도 ‘우리 병원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근로능력평가는 2~3달 동안 지속된 병원 진료기록과 진단서를 근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판단한다.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공공근로 등에 참여해야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김씨는 하는 수 없이 처음부터 다시 진료를 받겠다고 했다. 구청에 사정을 말하고 유예기간을 더 달라고 호소할 작정이었다.

이번엔 원무부장을 만났다. 진료 기간과 비용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병원장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김씨가 가져간 자료로는 진단서를 받을 수 없어 처음부터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병원을 찾으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져 병원 문을 박차고 나왔다.

구청에 사정을 설명하자 진단서 제출을 2달 유예 받았다.

그는 이튿날 같은 자료를 들고 인하대병원과 B병원을 찾아 진단서를 요구했다. 두 곳 모두 진단서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고, 김씨는 현재 B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다른 병원들은 진단서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A병원이나 처음 다니던 병원은 나를 ‘돈 안 되는 환자’로 취급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해당 병원들이 처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 바람은 이뤄질 수 없다.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의사들의 전문성, 병원 장비 등의 이유로 진단서 발급을 다른 병원에 맡길 수 있다”며 “재량권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병원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김씨의 마음이 상했다면 풀어드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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