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년문제, 당사자에게 묻는다 ③ 신입사원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 청년들의 문제는 비단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려 한다.

이번엔 신입사원 이야기다. 알바노동자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바라보고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데 취업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일까? 그토록 취업에 매달렸지만 취업 하고 나서도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들어봤다.

많은 신입사원들이 회식 등 강압적 조직문화로 힘들어한다.(사진출처ㆍpixabay)

신입사원의 고충 ① 조직문화

경기도 소재 한 물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26)씨는 직장에서 막내다. 매번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트로트 가사를 외우고, 건배사와 숙취 해소 음료를 준비한다. 늘 마지막까지 남아 분위기를 맞춰야한다.

심지어 이번 주말에는 직장 상사와 강원도 강릉으로 1박2일 낚시도 가야 한다. 금요일에 야근하면 토요일 아침 6시에 퇴근하는데, 상사는 “낮에 가면 차가 막히니 너 퇴근하면 바로 가자. 퇴근시간 맞춰서 회사 앞으로 데리러 가겠다”고 선심 쓰듯 말했다.

김씨는 “주말에는 쉬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아무것도 못한다. 평일 퇴근 이후에도 회식이 있으면 다른 활동을 못한다. 할 시간이 안 난다. 술을 빼기도 눈치 보이고 술자리에 끝까지 있어야 해서 매번 취한다. 다음날 일하는 데 지장이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한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처럼 신입사원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강압적인 조직문화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2016년 실시한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로 어떤 회식을 하는지 묻는 질문에 80.5%가 ‘술자리 회식’이라고 답했다. 또, 직장인 79.1%가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회식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람도 61.4%나 됐다.

회식 등 집단이 함께하는 조직문화가 기성세대에선 단합과 업무의 효율성을 올리는 데 유용할 수 있었으나, 지금 청년들에겐 아니다. 청년들은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 일과 생활 균형)’을 더 중요시한다. 이를 기성세대 입장에선 불성실하게 느끼거나 소속감ㆍ애사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신입사원의 고충 ② 과노동과 저임금

서울의 광고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 송아무개(28)씨는 3시에 퇴근해 4시에 집에 도착했다. 오후가 아니라 새벽이다. 두 시간 쯤 눈을 붙이고 바로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송씨는 “일이 있을 때면 야근은 당연하고, 주말에도 출근해야한다. 지난봄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낮에 잠깐 다녀왔더니 일이 밀려서 주말인데도 새벽까지 일했다. 퇴근시간은 기약이 없는데, 출근시간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한만큼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송씨는 “세금 제하고 나면 통장에 250만원 남짓 들어온다. 적은 돈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업무량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는 생각을 한다. 생활비로 쓰고 대출금 갚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 시간도, 돈도 없어서 결혼은커녕 연애도 힘들다. 취업했다고 다가 아니더라”라고 한탄했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길기로 악명 높다. 2016년 OECD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긴 연간 2069시간이다. OECD 국가 평균 노동시간 1763시간과 비교하면 306시간이나 많다.

이런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회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 근로기준법은 오는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50~ 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업에는 창의와 혁신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며, 노동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업무시간 이후, 심지어 주말까지 이어지는 과노동도 신입사원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다.(사진출처ㆍpixabay)

일해도 가난한 ‘워킹푸어’

워킹푸어는 일하는 빈곤층을 의미한다. 얼핏 보면 월급이 나오는 일자리가 있어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열심히 일해도 저축하기엔 빠듯하기 때문에 사고나 실직 등의 돌발 상황이 생기면 한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계층이다.

청년들이 저축하기 힘든 이유는 ‘임금이 적어서’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상대적으로 임금을 많이 주는 회사에 취직하는 청년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소기업에 취직한다.

‘잡코리아’가 조사한 2017년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2567만원이다. 세금을 제하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월 200만원 남짓이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를 보면, 월세 평균은 서울 80만원, 전국 56만원이다. 전국을 기준으로 해도 월급의 4분의 1은 주거비로 지출해야 한다.

교통비, 식비, 통신비 등 고정 생활비와 전기세, 수도세 등 공과금이 더해지면 월급의 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 등으로 진 빚도 갚아야 하니, 신입사원들에게 저축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근본적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신입사원들이 겪는 어려움도 결국 일자리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꼽았다.

지난 3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노동리뷰’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심화가 고착화됐고, 이것이 청년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8년 상반기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을 돌파했다. 중소기업 평균 연봉이 2000만원 중반 대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연간 약 15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 격차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격차를 줄이면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해결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 문제 해결의 방법 중 하나로 ‘임금분포공시제’ 도입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이 제도는 기업별로 직급과 직종, 성별, 정규직ㆍ비정규직 등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수준과 격차를 공개하는 제도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 제도를 도입해 임금 격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산업ㆍ지역별 대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마련돼야한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노동시장 조기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이 졸업 후 일정기간 내 취직할 경우 청년에겐 소득공제ㆍ세액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기업에는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3년에 3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과 소득세의 70%를 감면해주는 ‘중소기업 청년 소득세 감면 제도’ 등을 운영하며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차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한 호응에 힘입어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재직자도 신청할 수 있는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를 도입해 6월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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