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전국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이 51%인데 광역의원 전체 824석 중 652석으로 79%를 차지했다. 인천에선 득표율이 55.3%인데 시의원 전체 37석 중 34석으로 91.9%나 차지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26.4%를 득표했음에도 2석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의석 비율로 따지면 5.4%에 불과하다. 정의당은 득표율 9.2%를 기록했는데 1석(2.7%)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민심에 비례한 의석 점유, 즉 표의 등가성은 더 낮아졌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아울러 민선7기 박남춘 시장의 시정 운영이 수월할 수 있지만, 시의회가 시정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나아가 이번 지방의회 정당별 의석 점유율이 2020년 총선에 그대로 나타나면 민주당은 200석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이 수월해지겠지만 법안 등을 졸속 처리할 위험성이 커진다. 이번 지방선거 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독일 총선에서 좌파당과 녹색당은 지역구에서 각각 5석과 1석밖에 당선되지 못했지만 정당 득표율 9.2%와 8.9%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아 69석과 67석을 각각 차지했다. 우리나라 총선에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 득표율 28%로 84석 정도를 차지하고 전국정당을 유지할 수 있다. 정의당은 10%를 득표하면 30석을 얻을 수 있다. 한국당은 그동안 비례대표제 확대를 반대해왔지만 이제 처지가 달라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유리할 수 있다.

이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는 민주당의 태도에 달려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야당으로서 어려움을 겪으며 비례대표제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에서 공직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 난 후 이전과 다른 행태를 보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놓은 기초의원 3~4인 선거구 확대 안을 무시하고 2인 선거구로 쪼개는 데 앞장서거나 동조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잘해서 압승했다는 응답자는 4.1%밖에 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후광 효과가 38.9%로 가장 높았고, 보수심판론(24.9%)과 한반도 평화 기대감(22.8%)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은 민주당이 개혁정당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시금석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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