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래 중국산동대 중한관계연구센터 연구원

김국래 중국산동대 중한관계연구센터 연구원

최근 동북아시아 정세는 천지개벽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변화를 겪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을 전 세계 언론이 긴급 속보로 타전하던 게 3월 28일이었는데,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외교는 일상이 된 듯하다.

중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재의 북중관계를 역사상 가장 친밀한 관계로 묘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80여일 만에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하는 유래 없는 행보에서 중국 정부가 현 시기를 얼마만큼 전략적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모든 외교역량을 집중해 한반도 문제에 대응할 것이다.

러시아도 전에 없이 동북아 정세에 깊이 관여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극동지방의 경제 부흥은 한반도와 경제 협력 여부에 달려 있고, 그 영향은 러시아 국가경제와도 직결돼있다. ‘북방4도 문제’의 원만한 해결, 한반도와 경제 협력을 통한 극동지방 경제 활성화는 러시아의 국가발전전략 중 하나다. 일본과 군사ㆍ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북방4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는 한반도와 경제 협력에 더 큰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냉전적 사고에 머물러 있던 자유한국당 등 한국의 수구반북세력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기득권과 근거를 모두 잃어버릴 지경에 놓였다. 국제 정세나 국내 정치지형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권력을 중심으로 모여 있던 정치인들은 그 기득권이 없어지면 그 속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남은 길은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이다.

일본 아베 정부도 낡은 냉전 구도 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중국과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일본 경제는 날이 갈수록 그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올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정치ㆍ외교판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비유할 만하다.

물밑으로는 북일회담을 추진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냉전적 수사를 쏟아내는 아베 정부의 외교를 보면 ‘너무 당황해 길을 잃고, 길을 잃어 더욱 당황하는 대도시 속 촌로’와 같다. 실리에 밝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던 일본 특유의 민첩함을 찾아볼 수 없어, 오히려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극우세력과 일본 아베 정부는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상당히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온 세력이다. 비이성적 이념 공세를 앞세워 다른 정치세력을 억압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연장해왔다. 북한을 괴물로 가공해 민중의 공포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을 선거 때마다 사용한 것도 비슷하다. 이런 방식을 서로 학습했을지도 모른다.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에 의지해 자주성을 스스로 포기하며 연명해온 것 또한 닮은꼴이다.

북미 정상이 종전과 평화를 얘기하는 순간에도 성조기를 흔들며 ‘김정은 타도’를 외치는 한국의 극우세력과 식민지배라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오로지 ‘납치 문제’만을 외치며 북미협상을 방해하려는 일본의 극우세력은 모두 정치적 편식증을 앓고 있다. 황량한 광야에 내몰린 이들이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해 자생력을 키울지, 조류에 떠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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