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는 시민기자들의 환경이야기를 격주로 싣습니다.

생리대는 월경 때 분비되는 피가 밖으로 새지 않게 도와주는 여성용품이다. 월경대 또는 패드라고도 부른다. 이 물건을 생각하면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떠오른다. 점심시간에 나를 조용히 불러 약국 가서 ‘그것’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셨다. 내가 조숙해 보여서 ‘그런’ 심부름을 시키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 나는 초경 전이었고, ‘그것’을 실물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학교 앞 약국에 가니 약사는 ‘그것’을 신문지에 싸 주었다. 신문지 포장이 풀어질까, 남자 아이들이 그거 뭐냐고 물어볼까 걱정하면서 조심스레 교무실로 가 선생님께 전해 드렸다. 그 심부름 후에야 엄마가 ‘그것’을 쓰는 것을 보거나 내게 그걸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신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늦은 밤 자다 깨서 화장실 가는 길에 보았던, 부뚜막 한쪽에 부끄러운 듯 널어져 있던 흰 천 조각이 그것과 같은 용도로 쓰였을 거라는 사실을, 묘하게도 저절로 알게 됐다. 엄마가 쓰시던 광목 천 생리대 말고, 담임선생님께 사다드렸던 일회용 생리대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탐폰이나 월경컵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여성 한 명이 한 달 동안 쓰는 일회용 생리대는 약 40개(5일×8개)다. 11세부터 시작해 50세까지 월경을 하는 여성이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는 무려 1만 9200개(40개×12개월×40년)에 이른다. 시판 중인 중형 생리대의 단가를 넣어 계산하면 평생 500만원이 넘는 돈을 생리대 구입에 쓰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만이 아니다. 일회용 생리대는 크게 표지, 흡수체, 방수층의 삼중 구조로 만든다. 표지는 피부와 맞닿는 부분으로 폴리에틸렌이나 인조섬유, 레이온 등의 재료를 쓴다. 흡수체는 생리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펄프나 고흡수성 수지(SAP)로 이뤄져 있다. SAP는 자체 무게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로, 삼투압 원리로 생리혈을 흡수한다.

폴리에틸렌 성분으로 만들어진 방수층은 흡수된 생리혈이 밖으로 새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얇고 가벼우며 생리혈이 새지 않으면서 통기성도 좋고 냄새 걱정도 없는 생리대를 개발하면서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잔류 농약, 인공 향료,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각종 유해물질을 넣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난해 8월, 국내 특정 상표의 생리대 접착제 성분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여성이 혼란에 빠졌다. 제조사는 환불 조치를 취하고 식약처는 유통되는 생리대를 전수 조사해 생리대 74종에 들어있는 VOCs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12월 28일 발표했다. 그러나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함은 떨칠 수가 없다. 피부 질환, 생리혈 양 감소, 월경주기 단축, 월경통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리대 속 유해물질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을 미미하게 겪은 수준이지만 면 생리대를 만들어 쓰고 있다. 썩지도 않는 비닐이 포함된 일회용 생리대를 달마다 수십 개씩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죄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출할 때는 면 생리대를 쓰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생리대를 쓴다.

지구 인구의 반은 여성이고, 여성 인구의 20%는 월경을 한다. 그 많은 사람이 질병과 비용 걱정 없이, 지구 환경에 죄를 짓는 느낌 없이 생리대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건강에 해로운 성분을 넣지 않고, 미생물에 분해되는 재료들로 만든 생리대가 싼 값에 보급됐으면 한다. 저소득층 청소년이나 여성 노숙인들에게는 무료로.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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