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부터 '30인' 등 규모 다양해, 목적은 업무파악
끊이지 않는 부작용…기준 마련되면 해결될까

지방선거 이후 각 자치단체는 당선인이 꾸린 인수위원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업무 파악에 나선 인수위 모습은 제각각이다. ‘1인 인수위’로 당선인 혼자 업무보고를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분야별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로 구성한 곳도 있다. 새 권력과 기존 조직이 일을 하다 보니 잡음도 생긴다.

민선7기 인천시 박남춘 당선인 인수위는 지난 20일 당선인과 시 공무원이 진행한 첫 업무협의의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부작용 생길라”…작아진 인수위

인수위는 행정업무를 맡게 되는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 당선인 쪽에서 꾸린다.

인천은 시, 교육청, 기초단체 10곳 중 계양구를 제외한 9곳의 수장이 교체됐다. 인수위를 꾸릴 곳은 모두 11곳이다.

고남석 연수구청장 당선인은 인수위를 생략했다. 행정력 낭비와 인수위 내부의 알력다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고 당선인이 2010년~2014년 민선5기 구청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구청장을 4년 지냈다. 이미 구청 전반의 업무파악이 돼 있다”며 “실과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시 민선5기 군수를 지낸 유천호 강화군수 당선인도 인수위를 최소화해 5명 규모로 꾸렸다. 부평에서 5?6대 시의원을 지낸 차준택 부평구청장 당선인도 5명 규모로 출범 실무단을 꾸렸다.

이재현 서구청장 당선인은 신동근 국회의원 수석보좌관을 지낸 김남기씨를 위원장으로 인수위 격인 ‘클린 서구 기획단’을 꾸렸다. 실무진 위주로 7명을 구성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할 일 많다”…인수위 크게 크게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은 ‘새로운 인천 준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지난 18일 인수위를 출범시켰다.

신동근(민주, 서구을) 국회의원과 정세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이 공동 위원장으로 ▲행정·민관협치위원회 ▲재정·예산위원회 ▲공약과제위원회와 당선인 비서실로 구성됐다. 인수위원은 모두 17명, 사무실은 인천교통공사에 마련됐다.

도성훈 인천교육감 당선인도 18일 인수위를 출범시켰다.

명칭은 ‘공정한 인천교육 소통위원회’로 임병구 전 인천교육청 정책기획관이 위원장을, 박영대 올마이키즈 국제기구 상임이사가 부위원장, 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이 대변인을 각각 맡았다.

인수위원은 12명이고 자문위원?전문위원?실무팀?행정팀도 있다. 장소는 시교육청 4층이다.

장정민 옹진군수 당선인은 분야별 전문가와 주민들을 참여시켰다. 김재영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인수위원장인을 맡고 변호사?회계사?시민단체는 물론 각 섬마다 주민을 포함시켜 모두 22명으로 구성됐다.

허인환 동구청장 당선인은 김영환 전 화도진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자치행정 ▲복지환경 ▲도시재생 3개 분과로 인수위를 꾸렸다.

김정식 남구청장 당선인은 인수위를 ‘미추홀 비전 준비 위원회’로 이름 짓고 ▲같이 잘 사는 ▲진짜 잘 사는 ▲다시 잘 사는 ▲말이 통하는 ▲더할 나위 없는 5개 분과로 구성했다. 분과별 위원장과 법률자문단, 교수 등 30여명이 인수위 활동을 한다.

이강호 남동구청장 당선인도 남동 다목적실내체육관에 인수위를 꾸리고 구정 파악에 나섰다.

이밖에 홍인성 중구청장 당선자는 구청 인근 한중문화원에 인수위 사무실을 꾸려 활동에 나선 상태다.

인수위 덩치가 커지다 보면 사고도 생기게 마련이다.

홍인성 중구청장 당선인은 최병길 전 인천대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6개 분과 11명의 위원으로 인수위를 꾸렸다.

그런데 최근 중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수위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일이 있었다. 당선인의 공약추진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시였는데, 이 지시는 지난 19일 오후 전달됐고 제출 시점은 당일 저녁까지였다.

홍 당선인은 “그런 일을 지시하지 않았다.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인수위의 점령군 행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천의 한 구청 소속 공무원은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인수위에서 행정감사 수준이나 그 이상의 자료를 요구한다”며 “식민지 점령군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도 “이전 구청장 지시에 따라온 공무원들을 죄인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며 “인수위원 가운데 누구든 내 윗사람으로 올 수 있다. 과도한 요구도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18일 도성훈 인천교육감 당선자가 인수위원들과 인수위 구성과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교육청)

법적 근거 없는 지방정부 인수위, 필요한가

인수위는 행정 전반과 그동안 진행된 사업을 파악해 새로 출범할 지방정부의 시행착오와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된다.

대개 당선인과 가깝고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선거캠프나 정당 관계자, 전직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인수위가 구성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과도한 의전과 지나친 자료 요구, 인수위 내부의 알력다툼 등으로 항상 뒷말이 무성했다.

인수위가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되다 보니 인수위 요직은 나중에 한자리쯤 하는 직위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인수위 구성 전부터 당선인 측근들 사이에서 알력다툼이 있는 것도 자신이 갈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정당이 교체되는 경우 집행부에서 관련 자료를 허술하게 제출한다거나, 인수위가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 기존 공무원과 새 구성원들의 알력다툼이 문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았다.

지방정부 인수위는 법적 근거도 없다.

대통령 인수위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원장?부위원장 각 1명 등 24명 이내의 인수위를 꾸릴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경우 근거가 불명확하다.

행정안전부는 선거 직후 각 자치단체에 인수위가 사용할 장소와 집기 등을 어느 선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공문을 보냈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필요성이 인정돼 정부 차원에서 인수위 지원 명분을 마려해준 셈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춘석(민주, 전북 익산갑), 송영길(민주, 계양을) 의원 등이 인수위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과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춘석 의원실은 "인수위와 관련된 부작용을 없애고 안정적인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수위 기준이 정해지게 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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