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유니온 위원장

선민지 인천유니온 위원장.

지난달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 일부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합의했고, 이 개정안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160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는 2018년 최저임금이 1만원엔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인상률이라며 노동자들이 환호한 지 1년도 안 된 개악이다.

이 개악의 장본인인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이야기했지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 때문에 복잡한 임금체계가 됐는데’라고.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수당을 더 주기 싫어서 기본급을 낮추려고 각종 수당으로 꼼수를 부리다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임금체계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앓는 소리할 때 ‘쌤통이다’ 싶었다. 노동자들은 몇 십년동안 그 복잡한 임금체계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하고, 휴일에 일해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 이제 그 임금체계 때문에 자기들이 죽겠다고 하니,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갔구나 싶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조정돼야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조정은 통상임금과 함께 논의돼야한다.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개정된 최저임금법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비정기적으로 주던 수당을 정기화하고 기본급에 포함시켜버리면 임금 총액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개정된 법 안에서는 취업규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기본급을 최저임금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는 범위에서 결정할 것이고, 매해 그 수당을 조금씩 기본급에 포함시켜, 임금 총액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못 미치게 인상될 것이다.

애초에 이런 꼼수를 부리지 못하게 통상임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기본급에 포함돼야하는 수당의 성격을 먼저 정한 후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논의해야했다. 먼저 정하기 어려웠다면 최소한 함께 논의해야했다.

이런 걸 과연 국회의원들은 몰랐을까?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이 짓을 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당당하다. 최저임금법 개악 반대 의사를 표출하기 위해 지방선거 유세장에 나온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는 당당함을 넘어 오만방자했다.

조합원들이 ‘자유한국당 2중대’라는 비난과 야유를 받을 동안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해도 민주노총에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눈 감고 있던 9년이라는 모진 세월을 노동자들의 곁에 있어준 민주노총이다. 여당이 된 민주당한테 이런 대우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진정으로 노동존중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다면 민주노총을 외면해선 안 된다. 함께 의논해야하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선 노동조합 조직률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 그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민주노총이다.

최저임금이 오른 뒤, 첫 월급을 받고 별로 오르지도 않았다며 한 숨 짓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잔업 줄고, 뭐 없어지고 하니 월급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내 엄마, 노동자의 한숨을 웃음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힘은 노조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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