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시장선거 패배 이후 단계적 하향세
박, 국회 입성 후 꾸준한 상승세
"지역 현안 해결에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박남춘(가운데)인천시장 당선인과 송영길(왼쪽 두 번째) 국회의원. (사진출처 박남춘 후보 캠프)

박남춘 전 국회의원이 인천시장에 당선되면서 인천의 민주당 수장이 바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수의 관측은 교체 쪽이다. 10여년 ‘송영길 시대’가 저물고 ‘박남춘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영길 시대는 어떻게 왔나

걸출한 스타 정친이 없던 인천에서 송영길(계양을) 의원의 시대는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 의원은 졸업 이후 인천에서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사법시험 합격 이후에도 노동?인권 변호사로 줄곧 인천에서 활동했다.

그는 1999년 계양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듬해 37살의 나이로 16대 국회에 입성에 성공한다.

2001년 동교동계를 겨냥한 정풍(整風)운동을 주도했고,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서는 등 초선시절부터 386세대 정치인의 간판 역할로 중앙무대를 주름잡았다.

송 의원이 인천의 대표 정치인으로 부각된 건 3선 시절인 2008년부터다. 18대 총선 직후인 2008년 7월 당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로 선출된 이후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인천시장에 당선되면서 정점을 찍는다. 당시 3선 연임에 도전하는 안상수(현 자유한국당 소속 중?동구?강화?옹진군 국회의원) 시장을 상대로 승리한 송 의원은 명실상부 인천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인천의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은 대부분 송영길 인천시정부 시절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다. 윤관석(남동을?재선) 의원과 허종식 남구갑 지역위원장이 시 대변인을, 신동근(서구을) 의원이 정무부시장, 유동수(계양갑) 의원이 인수위 전문위원과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를 맡았다.

직무대행 체제인 서구갑 지역위원회도 송영길 시정부에서 정무부시장을 맡았던 김교흥 전 국회사무총장의 복귀가 유력하다.

여기에 송영길 의원 계열로 불리는 인천시의회 의장 출신 이성만 부평갑 지역위원장, 정의당 소속으로 인천 동구청장을 지냈다가 2016년 민주당에 입당한 조택상 중?동구?강화?옹진군 지역위원장, 20대 총선에서 송 의원의 영입인사였던 윤종기 연수을 지역위원장까지 더하면 13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9곳이 이른바 ‘송영길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송영길 국회의원이 야인 시절인 2015년 8월 새얼아침대화에 참가한 모습.

송영길의 하향세와 박남춘의 부각

송영길 의원의 하향세는 지난 6대 지방선거 패배를 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시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자만’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치적 타격은 배가됐다.

이후 1년 동안 중국 칭화대(淸華大) 유학길에 올랐다가 2015년 7월 귀국해 정치활동을 재개한다. 이듬해 20대 총선에 출마했는데, 지역구 선정 과정에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정치적 동지였던 최원식(계양을) 전 국회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계양을 출마를 결정했는데, 당시 야권에게 험지였던 송도(연수을) 출마를 기대했던 당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송 의원의 하향세가 뚜렸해진 시점은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8월 당대표 경선의 컷오프였다. 당시 비문계열이었지만 당권 경쟁에서만큼은 선두권으로 평가 받던 송 의원의 컷오프는 이변인 동시에 송 의원에겐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

같은 시기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한 박남춘 당선인은 꾸준히 당내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초선 시절 문재인 대표 체제가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에는 최고위원이 되면서 입지가 더 단단해졌다.

민주당의 인천시장 경선 초기 ‘송심(宋心)에 따라 경선이 좌우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송 의원의 지역 장악력은 여전했고 당원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송 의원은 한쪽 편에 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경선 막판 자신의 시정부에서 부시장을 지낸 김교흥 전 사무총장이 아니라, 박 당선인을 지원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 정도였다.

힘의 균형이 박 당선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사진제공 박남춘 후보 캠프)

세력교체 이뤄질까? 어떻게?

지역에서는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박 당선인으로의 세력 교체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자연스러울지, 과도기를 겪게 될지는 다소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자연스런 교체를 전망하는 쪽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이때 친노?친문계열인 이해찬?전해철 의원 등이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비문계열의 송 의원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다.

이들은 전당대회 전 있을 지역위원장 선출 결과를 세력교체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석인 남구을과 대행체제인 서구갑 지역위원장을 차지하는 세력이 2020년 총선 공천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도기를 예상하는 쪽은 박남춘 당선인이 새로운 시정부를 안착시키는 동안 지역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이 쥐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과도기를 이끌 인물로는 3선의 홍영표 원내대표 시당위원장인 재선의 윤관석 의원이 지목된다.

드물게는 한동안 송영길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송 의원이 이번 당권 경쟁에 참여해 의미 있는 결과만 내더라도 당분간 지역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홍영표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상황에 송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참여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송영길 의원실 관계자는 “당대표 선거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당권주자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BOSS)정치, 지역과 시민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그동안 인천은 보스(boss)로 불릴만한 이렇다 할 정치인이 송영길 의원 이외에는 없었다.

같은 시기 황우여 전 의원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당대표를 연이어 지냈지만, 보스보다는 관리자 성격이 강해 비교적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보스정치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특정 정치인이 주도적으로 정치적 의제(어젠다)를 이끌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막후에서 실권을 휘두르고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인천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은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며 “반면 지방 국회의원들은 지역 현안 해결에 초당적으로 대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해경부활, 인천환원’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 경험이 있다”며 “당시 박남춘 당선인이 많은 역할을 했다. 보스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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