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온 나라가 선거로 들썩인다. 하지만 선거에서 소외된 이들도 있다. 바로 청소년들이다. 청소년은 과연 적합한 정치인을 고를 만큼 사리분별을 하지 못할까? 청소년 투표권 부여와 관련한 인터넷 글들을 보면 대부분 부정적 댓글이다. 청소년들이 공부나 해야지 무슨 정치활동이냐는 빤한 내용도 많고, 특정 정치세력에 선동당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심지어 ‘청소년들이 뭘 알아, 관상 보고 뽑겠지’라는 댓글도 보았다.

몇 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을 때였다. 민선 1기 교육감을 뽑는 때여서 학생들과 교육감 모의 투표를 해봤다. 집에 배달된 선거공보를 가져오게 해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모둠별로 토론한 후 가장 적합한 교육감 후보를 뽑게 했다.

학생들은 선거공보를 처음으로 자세히 보았다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자못 진지했다. “A 후보는 시험을 없애줄 것 같아서 좋아요” “B 후보는 청렴하게 한다니까 좋은 것 같아요” 각자 나름대로 기준을 갖고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선정했다. 물론 개중에는 “우리 아빠는 무조건 A 후보를 찍어야한대요”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지금쯤이면 20대가 됐을 그 학생들은 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투표하리라 기대한다.

초등학생들조차 자신들에게 영향을 주는 교육감을 선출해야할 상황이 되면 외모나 관상을 보고 찍지 않는다. 자신이 우선하는 기준에 근거해 적합한 후보를 고른다. 하물며 청소년은 어떠할까.

지난 2016년 겨울에서 봄까지 뜨겁게 불타올랐던 촛불현장에서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부모의 권유로 나온 청소년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단체를 만들고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구호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무대에 교복을 입고 올라와서는 성인 못지않게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정치적 요구를 분명히 말하기도 했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말라’ ‘수능 끝 하야 시작’까지. 청소년의 눈과 언어로 세상을 보고 자신들의 요구를 표현했다. 청소년이 어른들의 선동에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촛불정국을 거치며 청소년들의 요구는 좀 더 구조적인 것으로 모아졌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라는 단체를 만들고, 삭발까지 하며 요구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청소년을 배제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 될 수 없다. 학교 운영과 교육정책이 청소년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는데도 어른들끼리만 치르는 선거는 부당하다”

지난 5월 24일엔 서울시교육감 선거 기호 0번 후보 출마선언을 하기도 했다. 투표용지에 후보의 이름이 올라갈 일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OECD 가입국 중 선거연령이 만19세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만18세 이상’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최근 만16세로 낮추려하고 있다. 정치가 누구라도 자신의 의사와 요구를 표현하고 실현하려는 일상적 활동이라면, 청소년에게 적어도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한다. 청소년들의 외침에 어른들이 응답할 때다.

※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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