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517분 이어말하기 인천행동’ 열려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를 맞아 피해자를 추모하는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든다’ 517분 이어말하기 인천행동이 17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피해자를 추모하는 글이 담긴 메모지들.

미투(Me Too)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며 여성을 향한 사회구조적 폭력과 억압을 철폐하라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인천에서도 여성들의 주체적인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인천성평등정치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인천여성회가 주관한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든다’ 517분 이어말하기 인천행동이 17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근처 상가 화장실에서 김아무개(남ㆍ36)씨가 “평소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살해한 사건 2주기를 맞아 피해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열렸다.

김씨가 화장실에서 여성을 죽이려고 남자 6명을 그냥 보냈고, 폭력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혐오를 강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묻지 마’ 범죄가 아닌, ‘여성혐오’ 범죄로 불린다. 이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과 반(反)성폭력 운동이 강하게 일었다.

이날 인천행동에선 ‘5월 17일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517분 동안 시민 50여명이 이어말하기를 펼쳤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행사에 참여한 여성단체 회원과 청소년, 노동자 등 시민들은 본인이 겪은 성폭력과 성차별의 경험을 나누며 “성별과 나이, 성정체성 등으로 차별과 억압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발언을 경청 중인 시민들.

인천 서구에 사는 전숙경(49ㆍ여)씨는 “전 세계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해방운동은 계속됐지만, 우리 사회의 여성 억압과 차별은 만연하다. 여성혐오 살해와 데이트폭행, 몰카 범죄, 권력형 성폭력 등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곳이 없다”며 “폭력과 차별, 억압을 근절해 여성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간절하게 원한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정미진 ‘인권희망 강강술래’ 이사는 “수많은 남성들이 일상에서 성폭력과 성추행을 쉽게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문화 때문인데, 미투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지금도 훨씬 끔찍한 성폭력들이 성매매 공간에서 벌어진다”며 “개개인의 성범죄를 단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폭력과 착취 현장들을 과감히 수면 위로 끌어올려 이야기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행동을 기획한 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은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돼 행사를 취소해야하나 고민했지만, 어렵게 발언을 준비한 여성들에게 이런 기회가 꼭 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행사를 강행했다”며 “비를 피하고자 천막을 치고 부대 행사도 축소했지만, 지나가는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자 개개인이 말하고 듣고 서로 공감하며 연대의 힘을 느끼는 자리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행사에선 지난 1월 발생한 ‘부평역 여자화장실 폭행사건’ 피해자를 위한 모금 운동과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한편, 이날 인천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 대구, 전북, 창원 등 전국 곳곳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