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결혼친화인식개선사업, 초ㆍ중ㆍ고교 찾아가는 인구교육, 데이트 핫 플레이스 지정, 인연 맺어주기 네트워크, 청년 스몰웨딩 지원, 신혼부부 전ㆍ월세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가족친화인증사업 확대….

인천시가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8일 발표한 ‘결혼친화도시 인천’을 위한 3단계 시책들이다. 관련 기사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친화도시’를 만들어 출산율을 올리겠다는 출산장려정책인가 본데, 그동안 나온 출산장려정책 중 최악이다. 정책을 만들기 위한 연구 용역을 결혼정보업체 같은 곳에 의뢰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운 정도다.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단계는 결혼친화인식개선사업이다. 친가족적 가치관 형성을 위해 공공기관ㆍ대학교ㆍ사회교육기관 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와 공감 토크 등을 진행하고, 초ㆍ중ㆍ고교를 대상으로 인구교육을 실시하겠단다. 둘째 단계에선 이성의 만남과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인천 곳곳에 ‘데이트 핫 플레이스’와 ‘프러포즈 존’을 조성하고 정례적인 남녀 만남 행사도 열며, 이 만남에서 결혼에 성공한 커플에겐 데이트 비용 20만원과 결혼 예식비용 100만원을 지급하겠단다. 이밖에 다른 사업들도 있으나 비슷한 종류의 것들이고, 그나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겠다 싶은 ‘주거비용 지원’도 융자금의 이자만을 지원하는 수준이고 1년에 10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3년간 연차별로 차등 지원하겠다는 정도다.

이 정책의 도입부부터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꾹 참고 차근차근 다 읽어보고 난 뒤, 정말 묻고 싶었다. “시장님, 정말로 결혼친화도시를 만들고 싶으신 건가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종합적 관점에서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변변한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주거도 불안한데 인문학 강좌나 남녀 만남 행사에 나가고 싶겠나. 그래도 결혼 문제는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출산은 양육과 연계되고, 그 전반이 나라의 복지와 교육시스템과 관련 있다. 출산과 양육이 상당히 많은 부모에게 버거운 짐인 게 현실이다. ‘데이트 핫 플레이스’나 ‘프러포즈 존’ 따위를 만든다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친가족적 가치관’을 대체 어떻게 심어주겠다는 건가? 강연장과 학교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배우고 오면, 맞벌이로 인해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제한된 부모의 경제적 조건이 달라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기를 원하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결혼과 출산이 그걸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주저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지금 이 사회가 행복과 결혼, 결혼과 출산이 등치할 수 있는 사회인가? 높아져만 가는 이혼율과 비혼율을 보면, 안타깝게도 행복과 결혼 사이의 괴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인천시가 진정 ‘결혼친화도시’를 원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미래를 설계할 때 걱정보다는 기대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정책을 내오길 바란다. 아주 새롭고 거창한 정책을 바라는 게 아니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은 국내외에 숱하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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