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근로자의 날’이 돌아오면 ‘노동’을 다시 생각한다. ‘노동’이라 말해지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가 수반되지 않는 사례를 떠올린다.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이라 인정받지 못하는 많은 형태의 인간 활동을 생각한다.

최근 1년간 어떤 일이 있었는가. 아파트 경비원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사건이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고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폭행하기도 했으며, 경비실에 있는 에어컨을 치워버리기도 했다. 작업환경이 충분히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해야만 했던 청년 노동자가 구의역에서 사망했고,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이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한 서비스직 노동자는 임금을 동전으로 지불받았다.

다수는 업무 외 시간에 상사의 사소한 연락을 받고 있다. 혹자는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근무 형태와 과도한 업무 지시 때문에 자살했다.
직장 내 임금 문제 등을 비롯한 성차별이 비일비재했다. 어떤 회사에서는 이른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수행해 개인의 정체성을 억압하려했고, 이를 빌미로 불이익을 주려했다. 가사 노동·돌봄 노동과 같은 무급 노동은 아직도 특정한 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르크스는 노동이 인간 해방의 행위라고 했으나, 지금 우리의 노동은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한 듯이 보인다. 오늘날 노동은 임금을 받는 대가로 감당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노동자가 교환하는 것은 ‘노동’이지 ‘인격’이 아니다. 인간은 돈을 볼모로 삶을 거래하기 위해 노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해야만 한다.

노동은 단지 ‘일을 함’의 순간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가령 노동 현장에서 인격 존중, 사원 복지 등의 사안은 사측의 호의에 의해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갖춰야하는 요소다. 효율적 노동을 수행하기 위한 노동 현장에서의 물리적 안전장치는 물론,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아야한다는 규칙, 이와 관련한 교육(성 교육과 성평등 교육 포함),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복지 또한 노동과 관련된다. 이는 노동자가 줄곧 외치는 ‘인간다운 노동’의 조건이기도 하다.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인간다운 노동’의 요구와 관련된다. 명백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가치를 매기거나 정당하게 분담되기 어려운 가사ㆍ돌봄 노동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문제는 채용 시 성별에 따른 불평등이 없다면, 성별 임금 격차가 없다면, 임신과 육아휴직 등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노동함에 있어 젠더를 차별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해결될 수도 있다.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는 노동’은 젠더 문제와 긴밀하다. 두 문제를 같은 층위에서 고민할 때, 누군가 임금노동을 도맡지 않아도 되고 어떤 노동은 ‘당연한’ 무임금 노동으로 취급받지 않게 될 수 있다.

우리는 ‘노동’을 무엇으로 생각해야할까.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임금은 얼마가 돼야 하고, 여러 형태의 직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젠더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노동을 생각하는 일이 곧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는 일이라는 것을, 5월에 다시 마음속에 새겨 넣는다.

※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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