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어민단체, “어장과 조업시간 확대요구”… 정부 긍정적 검토

서해5도 어민들은 지난 4월 7일, 서해5도 한반도기를 어선에 게양하고 조업을 시작했다.

“서해5도에 지금껏 살면서 정부에서 4개 부처 장관이 한꺼번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벅차고 설렌다”

정부 4개 부처가 합동으로 남북정상 4·27 판문점 공동선언 이행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해 5일 오전과 오후에 연평도와 백령도를 잇달아 방문했다. 4개 부처 장관의 합동방문에 서해5도는 들썩였고, 판문점 선언 이행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5일 오전 11시 연평도와 오후 2시 백령도에서 서해5도 어민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판문점 선언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서해5도에선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과 장태헌 백령도선주협회장을 비롯한 어민 약 20명이 참여했다.

4개 부처 장관은 지난 판문점 선언 때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방한계선(NLL)을 언급하고, 남과 북이 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지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키로 합의한 데 대한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후속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 화두는 평화수역지정, 서해5도 어장확대, 남북공동 해상파시, 야간조업 보장 등이었다. 다만, 서해5도 어민단체와 정부 각 부처가 속내와 바람을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서해5도 어민단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방한계선을 언급한 것을 토대로,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육지의 비무장지대와 유사한 해상비무장 지대를 조성해 평화수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1953년 북한과 중국, 미국(=유엔군사령관)이 체결한 정전협정 상 북방한계선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남북 갈등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국제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어선은 국제법상 국경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조업을 하고 있고,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은 중국어선은 서해5도 주변 해역에서 얼마든지 조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남측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를 토대로 북방 한계선이 경계선이라는 입장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92년 남북이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한 경계는 정전협정 이후 쌍방이 실질적으로 관할해온 영역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적용하면 북방한계선 이남을 남측이 실질적으로 관할 했기 때문에 북방한계선이 경계선이 되는 셈이다.

즉, 서해5도 어민단체는 북한이 지난 1992년 인정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북방한계선을 언급한 만큼, 이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육지의 비무장지대 성격의 평화수역을 지정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경우 북방한계선 무력화 논란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어민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서해5도 주변해역 어장확대와 어업시간 확대이다.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이나 공동어로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서해5도 어민단체는 지금이 성어기 인만큼, 서해5도 각 섬의 현재 어장에서 북단과 동단으로 각각 적어도 2km이상 늘려주고, B어장(=소청도 남동단에 있는 우리 어장)과 연평도어장 사이에 조업이 금지돼 있는 해역을 특정해역을 따라서 전체 어장으로 연결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그다음으로 어민들은 국방부에 어민들의 조업시간을 저녁시간까지 지금보다 더 연장해 주고, 출항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해5도 어민들은 지난 45년 동안 일몰 이후 조업이 금지돼 하루 조업시간이 사실상 1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이에 어민들은 우선 당장은 조업시간을 일몰 이후 두 시간 정도 더 늘려주고, 장기적으로는 야간조업이 가능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 합동부처는 어민들의 요구를 수렴해 각 부처별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즉답을 한 사항도 있었다. 해무로 인한 출항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국방부 장관은 안전 장비가 확보된다면, 어민들과 협의해 융통성 있게 대처하라고 현장에서 바로 해군에 지시했다.

장태헌 백령도선주협회장은 “서해5도 어민들은 남북갈등으로 고통받고,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신음했으며, 어장도 제한 된 곳에서 일했다. 45년 동안 타지역 어민들이 하루 24시간 자유롭게 조업하는 반면 서해5도 어민들은 12시간만 조업이 가능했다”며 “이에 대한 국가의 보상차원에서 어장과 조업시간을 확대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어 “향후 남북 간 군사회담 등 실무회담 타결을 통해 서해5도에 어장을 확보하게 되면, 확보된 어장에는 그동안 서해5도의 피해보상 차원에서 서해5도 어민만 조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해5도 어민단체는 시민단체와 함께 오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향후 해수부 등 정부와 협의채널을 만들어 평화수역지정과 남북공동 해상파시, 남북수산물교역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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