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환 편집국장

# 고위직 공무원 “시청 안에서 자꾸 이상한 얘기가 들리는데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냐?”

# 계약직 여직원 “얼마 전 해외 출장길에서 과장님이 고생 많다고 위로해주는 척하면서 자꾸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어서 몹시 불쾌했어요”

# 고위직 공무원 “그런 나쁜 놈이 있나. 그런데 어쩌겠냐. 이런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네 입장만 곤란해지니 그냥 쉬쉬하고 한번 넘어가자. 네 근무기간 연장 문제도 있고…. 대신 내가 그 과장 놈 불러서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혼쭐 내줄게”

요즘 세상에 실제 벌어진 일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사실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3대 도시인 인천시 고위직 공무원 방에서 이뤄진 민망한 대화다.

지난해 상반기 인천시 4급 공무원(과장)이 해외 출장에 동행한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입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낌새를 챈 고위 공무원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해당 여직원과 면담했다.

고위 공무원은 이 자리에서 ‘일이 커질 수 있으니 (과장으로부터) 정중한 사과를 받아내는 선에서 마무리하자’며 달랬다. 이때 ‘계약기간 연장’ 운운이 입막음용으로 등장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 피해자의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고충상담 처리 절차가 정상 작동할 수 없었다는 것이 시의 변명이다.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게 이유다. 이후 해당 과장은 각본대로 고위 공무원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은 뒤 슬그머니 산하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는 끝이다. 지금도 ‘징벌적 인사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일이 깨끗이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다. 코미디다. 쓴웃음에 앞서 분노가 치민다. 2차 피해를 막는 건 당연하지만, 가해자 처벌은 한없이 관대하다. 이게 시의 일처리 수준이다.

자칫 영원히 묻힐 수 있던 불미스런 일이 ‘미투’ 운동 여파로 다시 회자되면서 낯 뜨거운 은폐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른 게 그나마 다행이다. 관계자 엄중 처벌이 요구된다.

시의 어설픈 은폐 실력은 얼마 전에도 만천하에 공개된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8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 직후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전동차 탈선사고가 났다. 명백한 기관사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

그런데 인천교통공사 간부들이 짜고 ‘탈선 대응 비상훈련’이라고 국토교통부와 시에 허위 보고했다. 두 달 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이 현장 CCTV를 공개하면서 사고 은폐 사실이 들통 나 세간의 조롱거리가 됐다.

은폐 교육이 절실한 인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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