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아침부터 SNS 채팅창이 울린다.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공유하는 이웃들의 연락이다. 매일 아침 포털에 접속해 관련 예보를 체크하고 주변에 공유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매우 흔한 풍경이다. 그뿐인가? 놀이터의 오후 풍경을 좌우하는 것 역시 날씨가 아닌 미세먼지 농도다. 그 때문에 하늘이 쾌청한 날에도 도심 놀이터는 텅텅 비어있기 일쑤다. 어쩌다 노는 아이들조차 마스크를 쓴 채 뛰어다닌다. 미세먼지 공포가 일상을 접수한 것이다. 미세먼지 차단 효과에 따라 마스크 가격조차 천차만별이라, ‘마스크 계급주의’라는 웃지 못 할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지만, 사실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봄철 황사가 사철 미세먼지라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최근 2~3년 내이다.

공기청정기를 이용한 기계식 환기가 일상화되고, 의류에서 날리는 실내 먼지까지 제거해준다는 건조기도 불티나게 팔린다. 어느덧 공기청정기의 유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두 달간, 청와대 게시판에는 초ㆍ중ㆍ고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는 청원이 줄을 잇기도 했다.

문제는 정보의 부족에 따른 불안이다. 한쪽 기사에선 초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KF80이나 KF94의 방진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고, 다른 기사에선 성인보다 호흡량이 적은 어린아이가 이러한 산업용 방진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의 위험성을 논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과 2년 전, 다국적 기업이 판매한 공기청정기 필터의 독성물질로 인해 대규모로 리콜이 진행됐던 걸 기억하는가?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회사는 늘어나는데, 아직까지도 필터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가 없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의 폐해를 겪은 우리 사회이지만, 여전히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 규제와 정보는 너무나 빈약하다.

모든 도시괴담은 정보가 부적절하게 통제됨으로써 발생한다. 시스템의 부재를 감추기 위한 정보의 통제는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미세먼지 사태도 마찬가지다. 그 원인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고 올바른 대처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지속된다면, 이 역시 또 다른 괴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마스크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이 점에서 4월 25일부터 실시된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미세먼지 저감조치라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공장 굴뚝은 제어하지 않은 채 경유차만 단속하는 이 정책을 많은 이들이 반쪽짜리로 느끼고 있다. 더구나 자동차가 일상과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국민적인 저항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상황이 국가적 재난에 가깝다면 그 대처방법을 제공하는 건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그 점에서 본다면 이번 정책은 상당히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진정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적 반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 영역에서 적절한 규제와 더불어 중국발 미세먼지 요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때, 배출가스 등급제에 따른 시너지도 확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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