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에 게시 된 현수막

인천시청 앞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건물에 ‘근로자 가요제’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도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자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 제목이라는 생각이다.

알아보니 근로자 가요제는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KBS한국방송이 주최하는 제 39회 ‘근로자 문화제’의 한 분야다. 근로자 문화제는 가요제·연극제·미술제·문학제로 구분돼있다.

예전 근로복지공단과 KBS한국방송은 공동으로 노동문화제를 진행해 왔으나, 노태우 정권 때인 지난 1992년 1월 근로자 문화예술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국립국어원 표준대국어사전을 보면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고 표기돼 있고,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이라고 나와 있다.

노동이라는 말은 일 하는 사람의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을 나타낸다면, 근로라는 말은 부지런함을 강조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강한 것이다.

멀쩡히 잘 쓰고 있는 노동문화제라는 이름을 바꾼 이유야 알 수 없지만, 그 이전부터 노동이라는 단어를 배제하기 위한 움직임은 여러 번 있었다. 다가오는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1923년 5월 1일 시작된 노동절 행사는 1957년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의 창립일인 3월 10일로 바뀌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도당이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니 반공하는 우리 노동자들이 경축할 수 있는 참된 명절이 제정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1963년 박정희 정권에서는 “공산진영에서 이 날을 정치적으로 역이용 함”이라며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기념일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에서야 5월 1일로 되돌렸지만, 아직까지 정식 명칭은 근로자의 날로 유지되고 있다.

 

내 핸드폰 뒷면에 붙여놓은 ‘근로에서 노동으로’라는 스티커가 벌써 너덜너덜해 지기 시작했다. 이 스티커가 떨어지기 전에 헌법에서부터 근로라는 단어가 노동으로 바뀌고,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이나 노동자의 날로, 근로자 가요제가 노동자 가요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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