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동 농지 일부 불법 성토로 인근 논 피해
원상복구 명령한 구,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무원, 행정절차만 운운…농사 망칠 수 있어”

지난 24일 방문한 인천 부평구 삼산동 논농사 지역 모습. 사진 오른쪽 논에 불법 성토 작업이 이뤄져 가운데 논의 물이 빠지지 않고 있다.

부평구의 마지막 논농사 지역인 삼산 4지구에 불법 성토(盛土, 흙을 쌓는) 행위가 벌어졌다. 이 일로 일부 논이 침수되는 등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를 바로잡아야할 부평구는 탁상행정으로 일관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삼산4지구 농민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농민들은 지난 1월 15일 이곳에 불법 토지형질 변경 행위가 벌어져 원상복구가 필요하다는 진정서를 부평구에 제출했다. 흙을 부어 논을 밭으로 바꾸는 작업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배수로가 막혀 일부 논이 침수된다는 내용이었다. 또, 성토에 아스콘 등 폐골재를 써 땅과 물의 오염이 우려된다고 했다.

부평구는 이 성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진정 나흘만인 19일에 땅주인에게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민원인들에겐 민원이 해결됐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찾아간 삼산4지구의 논 일부는 저수지를 방불케 할 만큼 침수돼있었다. 물이 논 두둑 끝까지 차올랐고, 팔뚝만한 잉어 서너 마리가 등지느러미를 물 밖으로 낸 채 유유히 헤엄쳤다.

전날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이미 물이 빠진 주변 논과는 비교됐다. 성토에 사용된 폐골재 역시 그대로였다. 논 두둑 곳곳에서 아스콘 등 엄지손톱 크기만 한 폐골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부평구에서 전한 ‘민원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 논농사 지역에 폐골재가 섞인 흙이 성토 작업에 이용됐다. 논 두둑 곳곳에서 아스콘 등 폐골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상복구 명령 이후 땅 주인은 배수관을 두 군데 설치했지만 물을 정상적으로 내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폐골재는 치워야했지만 그대로 둔 채 새 흙으로 덮었다. 민원 해결은커녕 농민들 사이에 갈등만 키운 꼴이 됐다.

이곳 농민 임아무개씨는 “부평구는 자신들은 할 일을 했으니 농사 피해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한다”며 “이럴 거면 행정기관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곳이 지역구인 박종혁 부평구의원도 “담당 공무원에게 농지 특징을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행정절차만 운운하며 움직이질 않는다”며 “이대로라면 공무원의 탁상행정 때문에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다음 달 중순 모내기 전까지 배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벼의 생존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민원은 해결됐다. 구에서 더 할 게 없다”며 “애초에 구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원상복구를 명령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사안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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