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오 무렵 서구 가좌동에서 시커먼 연기가 구름처럼 치솟았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아울러 서울과 경기 등 인접지역 소방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레화학공장에서 공업용 알코올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불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 도금업체 6곳과 주변에 주차된 차량 15대도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화재를 계기로 화학사고 대응ㆍ예방체계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고, 신속하게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화재 발생 후 인근 주민들은 ‘안전에 주의하라’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체계가 없어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실태를 ‘전수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정미 국회의원실이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 이레화학공장이 유해화학물질 제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업체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아울러 이레화학공장은 사용한 공업용 알코올 등 유해화학물질을 모아 처리한 뒤 제품을 만드는 업체인데, 화학물질 하루 처리 능력이 5톤임에도 불이 나기 이틀 전엔 19톤을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인천시의 관리ㆍ감독이 얼마나 부실한지 보여준 대목이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소 관리체계의 구조적, 제도적 문제점도 드러났다. 인천시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취급 인허가와 지정폐기물 중간처리업 인허가권자는 환경부다. 그런데 관련 상세 정보가 전산시스템으로 구축돼있지 않고 종이문서로 관리되고 있고, 환경부에서 인천시에 제공한 유해화학물질 인허가 사업장 수와 환경부 공개시스템에서 제공된 수가 서로 다르다.

인천시는 유해화학물질 인허가 사업장 실태조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고, 예방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사고 발생 시 주민들에게 조치상황과 대피방법 등을 신속히 고지할 수 있게 ‘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할 것을 환경부에 요구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인천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소는 올해 2월 기준 975개소나 된다. 이레화학공장과 같은 화학사고가 언제 어디서 또 일어날지 모른다. 유해화학물질을 잘못 관리해 발생하는 화학사고는 환경 재앙과 이어지고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행정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다. 또 다시 어물정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번에 서둘러 제대로 된 화학사고 예방ㆍ대응체계 구축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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