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2016년 4월 총선이 끝난 직후, 전교조 사무실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페이스북에 특정 정당에 관한 기사나 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는 조합원들의 연락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이라는 단체가 교사 72명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인천 교사 4명도 포함됐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했으나 인천시교육청은 관련 규정에 따른다며 해당 교사 4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노조의 강력한 항의로 징계는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좋아요’를 누른 정도로 고발당하고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교사가 놀랐고 교사의 정치적 위치에 자괴감을 느꼈다. 과연 교사를 국민이라 할 수 있을까?

각 정당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에 국민경선을 도입한지 꽤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 214만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원 자격이 없는 교원과 공무원은 국민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 지역 교육의 주요 정책 결정권을 지닌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조차 당사자인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교사는 신분을 유지한 상태로 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후원금을 내지도 못한다.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특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 의견을 낼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정치행위란 투표하는 것뿐이다.

반면에 대다수 OECD 국가들은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한다. 독일에선 교사직을 그만두지 않아도 연방의회 의원 선거 등에 출마할 수 있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영국에선 국회의원 선거를 제외한 모든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으며, 프랑스도 공직선거 출마, 선거운동, 정치자금 기부 등이 가능하다. 호주와 캐나다도 모든 정치활동이 가능하며 출마 시 상급자와 상의하거나 현직을 사퇴하기만 하면 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교사의 정치활동이 국가 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협한다고 할 수 있는가.

또한 현행 헌법상 교원ㆍ공무원은 노동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있고, 단체행동권은 없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에 참여해도 안 되고, 단체로 조퇴나 연가를 신청하고 집회에 나가거나 국가 정책을 비판하는 서명에 참여하려면 법적 처벌과 징계를 각오해야한다.

2016년 총선에서 많은 시민이 SNS상에 자신의 지지 정당과 후보를 밝히고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 교사인 나도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당선을 위해 정치후원금을 내고 싶다. 퇴근 후에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날은 언제나 가능할까?

얼마 전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교사ㆍ공무원의 정치기본권과 노동3권 보장 내용이 담겨있다. OECD 가입 조건이었던 교사ㆍ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이번 개헌에서 꼭 이뤄지길 바란다. 더 이상 정치적으로 투명인간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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