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극작가

고동희 극작가

그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네 왔다. “안녕하십니까? 인천시 문화부시장입니다” 그리고 명함을 건넸다. 인천시를 상징하는 로고 옆에 처음 보는 ‘문화부시장’이라는 직책이 또렷하게 찍힌 명함이다.

인천의 문화예술 행사장에서 실제로 문화부시장을 만난다면 참 멋지겠다고 생각한다. 문화를 개인 삶과 도시의 가치기준으로 꼽는다면 정무부시장이나 경제부시장보다는 문화부시장이 훨씬 더 근사하지 않을까 싶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내건 현수막이 대로변 큰 건물 벽면에 나부낀다. 시장이 되겠다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혹은 시의원이나 군ㆍ구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나름의 모습과 구호를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고자 애를 쓴다. 전철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 등에서 인사를 건네는 후보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출마자들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고,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분야마다 후보자들을 향한 요구도 쏟아지기 마련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하고, 더러는 낙천ㆍ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을 책임질 적임자가 본인이라며 유권자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인다. 아울러 자신이 출마한 지역에 맞는 여러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의 공감을 얻어내려고 안간힘이다.

인천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한둘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와 급박한 상황으로 몰린 한국지엠 문제, 남북정상회담과 맞물려 평화도시로 주목받는 인천, 실업과 일자리 문제, 공동화된 원도심 복원 문제, 수도권매립지 문제 등은 다음 인천시장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일들이다.

그런데 이런 현안들만 해결하면 인천은 행복한 도시가 되는 걸까. 과연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인천만의 도시 가치를 갖게 될지 의문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국내외 다른 도시들에서 느끼는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짚어볼 일이다.

문화도시로 손꼽히는 프랑스 파리를 찾은 사람들이 낡고 오래된 지하철 때문에 파리의 문화적 가치가 훼손된다고 하지는 않는다. 복잡한 도심 교통 탓에 웬만한 거리를 걸어서 가거나 지하철을 갈아타야한다는 이유로 도쿄의 도시문화를 손가락질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인천의 도시가치를 문화적인 것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다음이 아니라, 문화를 앞세워 인천의 도시문제를 문화로 해결해나갈 방법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본선 주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인천시장 선거 출마 희망자들의 정책에서 문화 관련 공약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한 시장 예비후보자가 문화예산 3% 우선 확보를 비롯해 문화기본조례 제정, 문화영향평가 의무화, 예술인 창작 공간과 청년예술가 주거 지원 등 비교적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은 정도다. 다른 예비후보자들은 문화유산 복원이나 개항역사도시 조성 등을 밝힌 정도다. 아직 구색 맞추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문화정책의 현실이 안타깝다.

인천시 문화부시장에 대한 기대가 멀어도 너무 멀게 느껴진다.

※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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