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인부대 구호에 가려진 실체 ③
정책 홍보 부족…적극적인 소통 노력 필요

<편집자 주> 유정복 인천시장은 “재정건전화 성과를 바탕으로 인천이 부산을 앞서, 서울에 이은 2대 도시가 됐다”며 ‘서인부대(서울·인천·부산·대구)’를 외치고 있다. 올해 시민의 날에는 서인부대를 정식으로 선포 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인천시도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단을 운영하며 주요 경제지표에서 인천이 부산을 앞섰다는 내용의 서인부대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시는 지난 2016년에 인구 300만명을 넘어 350만명의 부산을 바짝 뒤 쫒고 있으며, 2016년 인천의 지역내 총생산(80조 9000억원)이 부산의 지역 내 총생산(81조 2000억원)을 따라잡았다고 전했다. 또, 지방세, 보통교부세 등 주요 지표에서 부산을 따라 잡거나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의 발표를 보면, 정말 인천이 부산을 앞서서 서울에 이은 2대 도시가 된 것만 같다. 그러면 시민들의 삶은 그만큼 나아졌을까? ‘서인부대’ 구호에 가려진 실상을 <인천투데이>이 꼼꼼히 파헤쳐 봤다.


2017년 인천시 합계출산율은 1.01로, 전국 17개 광역시ㆍ도 중 15위를 기록해 장기적인 저출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저출산 현상은 단순히 출산을 장려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출산ㆍ보육과 아동ㆍ청소년 정책, 먹고 사는 문제 해결까지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난제다.

인천과 부산의 2018년 여성가족 관련 정책 예산(성평등과 노인 정책 제외)을 비교해보면, 인천시는 출산ㆍ보육정책에 약 6090억원, 아동ㆍ청소년정책에 약 1166억원을, 부산시는 출산ㆍ보육정책에 약 5740억원, 아동ㆍ청소년정책에 약 1670억원을 투입한다. 인천은 2018년 본예산(약 8조 9000억원)의 8.13%, 부산은 본예산(약 10조 600억원)의 7.36%를 각각 차지한다.

단순수치상으로 보면, 인천시의 예산은 부산에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인천시민들은 이러한 정책들을 체감하고 있을까?

홍보 부족해 혜택 받고도 모르기도

인천시의 가장 큰 문제는 수혜 대상자에게 정책을 적극 알리기보다 불친절한 집행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ㆍ보육정책은 자녀 나이에 따라 적기에 지원하는 게 중요한데, 인천시의 정책 홍보는 상당히 미흡하다.

부평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47)씨는 “시에서 보육정책을 만들면 수혜 대상인 학부모에게 직접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원장들만 모아 설명회를 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원장에게 정책을 알리는 방식도 정책 시행에 임박해 긴급하게 공지하거나 몰아서 올리는 등,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느낌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시로부터 혜택을 받고도 학부모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천시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청정급식’은 민간어린이집 3~5세 학부모를 대상으로 급식비를 최대 63%까지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본인부담금이 줄어든 것을 정책이 시행되고 몇 달이 지나서야 당사자가 알았다.

A씨는 “시가 어린이집 무상급식을 실현한다고 생색은 내놓고 홍보는 제대로 하지 않아 정작 수혜 대상자인 학부모가 이를 알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부산시는 ‘아이ㆍ맘 플랜’ 사업을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책 특성과 수혜자의 나이로 정책들을 구분해 홍보했다.(출처ㆍ부산시 홈페이지)

부산시, 정책 수립자와 홍보 전문가 협업

인천시와 달리 부산시는 정책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시 정책 홍보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은 ‘아이ㆍ맘 부산 플랜’ 사업이다. 방대하고 다양한 보육 지원 사업을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특성별로 ‘아주라 지원금’(=재정 지원정책)과 ‘맘에게 마음으로 센터’(=지원센터 운영), ‘맘에게 마음으로 정책’(=기타 정책) 등으로 나누고, 자녀의 나이 주기별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범위도 보기 쉽게 정리해 홈페이지와 광고물, 책자로 홍보한다.

부산시 홈페이지에는 가족ㆍ보육ㆍ출산 등 정책별로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필요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정책 특성별로 카테고리를 나눠 원하는 분야의 탭에 들어가면 지원 조건과 절차, 수혜 내용, 신청 방법, 담당기관 전화번호까지 게시돼있고, 정책 외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련 법령과 조례가 탑재돼있다.

또한, ‘맘에게 마음으로’라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 불만 사항을 건의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등, 시와 시민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각종 육아정보나 놀이터ㆍ어린이집ㆍ유모차 이용시설 정보 등도 공유할 수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자녀의 나이에 따라 지원 가능한 정책이 세분화돼있어 시기가 지나면 받을 수 있었던 지원을 놓치기 때문에 출산ㆍ보육 같은 정책은 수혜 대상인 시민이 정책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필수다”라며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책 수립 단계부터 담당 부서와 홍보 전문가인 소통기획담당관이 협업해 시민과 소통에 주력했다”며 “버스나 지하철에 정책 홍보물을 게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니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정보 접근성 높이는 게 중요

인천시는 소통창구나 홍보 정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시 홈페이지에는 400~500쪽 분량의 방대한 정책 자료만 있어, 시민이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직접 취사 선택해 찾기가 쉽지 않다. 정책들이 소개된 목록은 있지만, 카테고리가 나뉘어있지 않고 한 군데에 뭉뚱그려져 있어 시민이 필요한 정책을 직접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아동ㆍ청소년이나 출산 분야는 2018년 시행 계획이 올라와 있지도 않고, 그나마 게시된 중장기 보육 계획은 학술 논문처럼 딱딱하게 구성돼 시민 입장에서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접근성이 취약해 시민에게 정책이 잘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홍보 계획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사업이 있을 때마다 홈페이지나 책자 같은 기존 홍보체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홍보는 홍보 담당자의 몫이다”라고 답했다. 정책 수립 부서와 홍보 담당자가 적극 협업해 홍보 계획을 만드는 부산시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류부영 인천시 보육정책위원은 “인천시는 수혜 대상자인 학부모와 보육의 주체인 보육교사에게 직접 알려주는 홍보정책을 펴야한다”며 “형식적인 집행 중심의 정책만 펴지 말고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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