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꽃분이 계란’ 노점상인 홍종준씨

▲ 삼산미래타운 3단지와 삼산고등학교 삼거리의 막다른 도로에서 계란 노점상을 운영하는 홍종준씨.
허름한 트럭에 계란을 싣고 노점상을 하는 홍종준(56ㆍ삼산동)씨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노점상을 한다는 것, 극히 일부분이나마 거리를 점거한 미안함도 크지만 단속반 눈치 보는 일도 만만치 않는 힘겨움이다. 하지만 홍씨의 노점상 운영은 조금 남다르다.

홍씨는 삼산미래타운 3단지와 삼산고등학교 삼거리의 막다른 도로에서 계란 노점상을 시작하면서부터 왕복 700m 도로 주변 화단의 풀을 뽑고 거리를 청소해왔다. 손님이 없는 틈에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청소한 도로 주변은 언제 지나가도 방금 청소한 듯 깨끗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청소한 것이 벌써 3년이 넘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 놀면 뭐 합니까? 이렇게 장사하고 있다는 것이 미안해서 화단 풀 뽑고 청소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몰라 봤는데 이제는 계란을 사러 오시는 아파트 주민들이 거리가 훤해졌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농산물시장 주변이라 심심치 않게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농산물시장 회장(김남홍)님께서도 고마움의 표시로 인터넷에라도 올려서 알리겠다고 하시기에 만류했습니다”

거리 한 모퉁이를 점거해서 행인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미안함으로 노점상 주변을 청소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환경미화원들도 홍씨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여러 차례 강조해 표현한다. 도로청소차량이 움직이는 날도 이곳은 깨끗하기 때문에 청소작업이 제외될 때가 많다. 이들도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홍씨가 노점상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들어보니 참 기구하다. 직장을 다니다 허리를 다쳐 일을 쉬게 되었는데 아내마저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재봉틀 부업을 하면서 눈이 침침해도 살기 바빠서 방치했다가 당뇨와 합병증을 얻어 딱한 일을 맞고 만 것이다.

홍씨는 병원비와 생계를 위한 궁리 끝에 계절을 타지 않고 꾸준한 찬거리로 계란장사가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에 계란 노점상을 시작했다. 집에 돌아가면 청소와 빨래, 식사준비 모두가 홍씨의 몫이다. 실명으로 끼니를 차려먹을 수 없는 아내의 점심상까지 차려놓고 집을 나선다. 농산물시장이 문 닫는 오후 6시와 농산물시장이 휴무일인 휴일에는 계란노점상도 쉰다.

하루 60~70판의 계란을 판매하면 2만 5000원에서 3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지만, 주정차 단속으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날이면 2~3일 번 돈이 휙 날아가 버린다. 이제는 단속반도 홍씨의 처지를 알지만 불법주정차 과태료 부과는 어쩔 수 없다. 

싸고 싱싱한 계란을 제공하면서 틈틈이 거리청소에 열중하고 있는 홍씨.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계란 한 판이라도 팔아주는 일이 아닐까 싶어 왕란 한판을 구입했다. 거리를 청소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홍씨의 노점상에 더 많은 고객이 찾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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