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항의하는 시민단체에 “더러운 것들 만날 필요없다”

지난 달 26일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소장 나은섭) 단속반이 합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잡아들여 사업주에게 이탈신고를 종용하는 사건이 발생해 또 다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반인권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달 26일 오후 파키스탄 산업연수생 암저드 후세인씨는 부천 소재 음식점에서 식재료를 구입한 뒤 사촌의 집에 가는 도중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단속을 당했다. 암저드씨는 한국에 입국한 지 8개월 된 산업연수생으로 합법체류자였고, 그날은 회사에서 정식 휴가를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촌동생 문병을 가는 중이었다. 암저드씨는 외국인 등록증을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보여주었으나 “회사가 수원인데 부천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수갑이 채워진 채 강제 연행됐다.
현장에 있던 음식점 주인 하진성씨가 직원들에게 항의했으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파키스탄인이었다가 3년 전 귀화한 하씨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으며 암저드씨를 연행해 갔다.
이후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암저드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탈신고를 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소장 양혜우. 이하 인권센터) 관계자가 회사에 확인한 바로는 회사에서 “파키스탄에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고향에 가라고 휴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빨리 이탈신고를 하라”고 부추겼다는 것. 인권센터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이 우리 눈에 띄지 않았다면 암저드씨는 실적에 눈이 먼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강제추방 되었을지 모른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에 이주노동자인권연대를 비롯한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 등은 지난 3일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정문 앞에서 인천출입국사무소의 반인권 폭력적 단속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장을 목격했던 하진성씨의 부인 하종심씨는 “얼굴이 외국인이면 그 사람이 귀화를 했든 합법적 신분의 이주노동자든 상관없이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느냐”며 “왜 남편이 귀화심사를 통과했을 때 둘이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는지 후회가 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를 항의 방문했으며, 이를 막는 경찰과 작은 충돌이 있었다. 이에 참가자들은 양혜우 인권센터 소장을 비롯한 대표단을 뽑아 항의서한을 들고 사무소로 들어갔으나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아예 면담 자체를 거부했으며, 관리들은 “저 더러운 것들을 뭐 하러 만나냐”는 등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소장에게 항의서한 전달마저 거부당한 대표단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더 이상 한국에 이주노동자 인권은 없다”며 “이성적인 대화마저 거부하는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의 행태에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은 암저드씨 사건 외에도 지난 해 8월 불법체류 노동자 단속 중 2층에서 떨어진 이주노동자를 방치해 사경을 헤매게 만들고, 여성 이주노동자를 폭행하는 등 반인권적인 행태를 수차례 저질러 인권단체로부터 지탄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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