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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며 “헌재 재판관들이 200억씩 돈을 받았다는데,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묻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딱 잘라 말했다. 흥분한 탓인지 저절로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렇지? 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이른바 ‘가짜뉴스’다. 가짜뉴스가 이렇게 가까이 와 있는 줄 몰랐다. 나 역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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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3.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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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유난스러웠다. 느닷없이 우유를 컵에 따라 마시고 싶었다. 교실 뒤에서 물컵을 가져와 우유를 부었다.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는데, 창문을 열고 칠판지우개를 털던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와 우유를 그래 먹노?” “우윳빛이 예쁘다 아이가” 원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튀어나왔다. 햇살 사이로 하얀 분필가루가 어지럽게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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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3.1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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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봄, 미국 유타주의 스컬 밸리라는 산등성이에서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3월 14일, 양 한 마리가 쓰러져 죽었다. 3일 후 죽은 양의 수가 3000마리로 늘어나더니, 며칠 사이 총6000여 마리가 순식간에 죽었다.이 참사의 원인으로 의심받은 것은 군 연구시설인 더그웨이 연구소였다. 육군 생화학무기 실험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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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3.0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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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였다. 그날은 우리 집 가정방문을 하는 날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몇 명씩 나눠 미리 조를 짜두었다. 각자 점심을 먹고 교문 앞에서 모였다. “누구 집부터 갈까?” 한 아이가 “우리 집부터 가요”라며 선생님 팔을 잡아끌었다. 마침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그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선생님이 친구네 집에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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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기자
2017.03.0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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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감독 올리버 스톤)이란 영화가 상영 중이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와 국가안보국(NSA)의 정보 담당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스노든은 자신이 만든 백업 프로그램이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대중의 사생활까지 감시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분노한 스노든은 이 사실을 세상에 폭로했다.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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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2.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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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권연벌레에요. 곡식 주위에 잘 생겨요”깜짝 놀랐다. 벌레가 아니라 친구 때문이다. 어딘가에서 휙 날아와 밥상에 내려앉은, 동그랗고 작은 갈색 벌레의 이름을 알다니. 게다가 식성까지 꿰뚫고 있다.“이런 벌레 이름도 알아?”“요즘 하는 일이 그렇잖아요”친구의 별명은 ‘홍학’이다. 얼굴이 자주 빨개지고 팔다리가 가늘고 길어서 생긴 별명이다. 홍학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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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2.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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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에 안 간 지 10년쯤 된 것 같다. 남들은 놀 겸 쉴 겸 찜질방을 찾는다는데, 나는 뭐가 좋은 건지, 그 기분을 잘 모른다. 사람이 많은 것도 싫고, 내 옷 아닌 옷을 입는 것도 거북하고, 바닥을 밟는 것도 찝찝하다. 어렸을 때도 목욕탕에 가는 걸 그렇게 싫어했다. 여름엔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피해갈 수 있었지만, 겨울엔 어쩔 수 없다. 날씨가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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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2.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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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여간해선 입맛을 잃는 일이 없고, 늘 먹고 싶은 게 많아 날마다 새로운 음식을 해먹는다. 그러면 냉장고에 남아나는 음식이 없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천만에. 매일 새 음식을 해먹으려면 다양한 재료를 늘 갖추고 있어야한다.콩나물과 두부는 기본이고, 삼겹살과 생선 한 종류, 떡국떡과 만두, 멸치, 양파 같은 양념채소들, 요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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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1.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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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남쪽지방에 살았다. 눈이 오는가 싶다가도 이내 비로 바뀌거나 내리는 족족 녹아 땅에 쌓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눈사람 한 번 만들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다.눈발이 날리면 환호성을 지르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날도 그랬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눈을 입으로 받고 손으로 받고, 그렇게 놀고 있었다. 장갑 낀 손 위에 떨어진 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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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1.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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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나는 무척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 몇 달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 일주일이 멀다하고 가까이 사는 친언니네 집에 들락거렸지만, 그 시기엔 자주 가지 못했다.두세 달에 한 번씩 언니네 집에 갈 때마다 언니네가 키우는 나이 많은 개가 살이 쑥쑥 빠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나이가 들었으니 살이 찌는 것보다는 마르는 편이 낫겠지’ 하며 별일 아닐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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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1.1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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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지만, 나는 추운 게 정말 싫다. 나이를 먹을수록 추위를 더 많이 타는 것 같다. 아마 내복을 일찍 꺼내 입고 늦게 벗기로는 내가 선두그룹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할 것이다. 나름 혹한에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무조건 옷을 여러 겹 껴입으면 된다. 최소 상의는 네 겹, 하의는 세 겹, 장갑과 목도리는 필수, 모자와 마스크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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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1.0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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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현실 중에서 나는 확실히 현실 쪽에 관심이 많다. 다큐멘터리나 뉴스 프로그램 이외에 가상으로 엮은 드라마나 캐릭터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에는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책도 소설보다는 과학이나 사회현상을 다룬 것을 주로 본다. 판타지물은 지금까지 한 권도 읽지 않았다.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 요리만화책을 즐겨 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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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2.2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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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늦은 밤에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중년 남성이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았다. 감기에 걸렸는지 연신 재채기를 한다. 내가 내릴 때까지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거짓말 안 보태고 열 번도 넘게 “에취, 에취”했다. 나는 슬그머니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앞 사람의 입과 코에서 나온 무언가가 내 콧속으로 들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너무 예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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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2.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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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초반의 어느 날, 대학원에 다니는 선배들과 밥을 먹었다. 모두 한 교수의 연구실에 있는 이들이었다. 어쩌다 학교에서 그 선배들을 마주칠 때면, 저들에게 과연 즐거운 일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세상만사 다 귀찮고 지겹다는 몸짓으로, 한편으론 뭔가에 잔뜩 골몰한 듯 긴장한 얼굴을 하고선 검은 슬리퍼를 끌고 복도를 오갔다.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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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2.1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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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시는 엄마는 겨울만 되면 추위 때문에 고생을 하신다. 여간해선 보일러를 틀지 않기 때문이다. “나 하나 때문에 온 집을 다 데우긴 아깝잖아. 가스비도 많이 나오고” 아마 넓은 집에서 혼자 산다면 엄마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전기난로라도 사용하시라고 권해도 무조건 “괜찮다”고 하신다. 이럴 때 자식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짜증이 날 지경이다.이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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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2.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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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김장할 날을 일찌감치 잡았다. 김장 날, 엄마는 고무장갑을 사람 수대로 준비하고 거실바닥에 비닐을 쫙 펼쳐놓는다. 언니와 나는 각자 집에서 칼과 도마를 챙겨 엄마네로 향한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무채를 썰고 나면 양념을 버무려야한다. 이건 팔힘 센 형부의 몫. 나는 하루 노동의 대가로 김치 한 통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다. 해마다 반복한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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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1.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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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꿀과 꽃가루를 모으는 곤충이다. 인간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렇다. 식물의 입장에서 꿀벌은 어떤 존재일까?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달라붙는 것을 수분이라 한다. 수분으로 수정이 이뤄지면 암술 속 씨방에서 밑씨가 만들어진다. 한 꽃 안에서 수분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다른 꽃의 꽃가루가 암술에 붙어야 수정이 되는 꽃도 있다. 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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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1.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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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2학년 쯤 됐을 때의 일이다. 요즘처럼 쌀쌀한 어느 오후였다. 그날따라 비가 왔는지 언니와 남동생과 함께 집안에서 놀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하루 종일 나오던 때도 아니고 장난감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랫목에서 담요를 덮고 앉아 있자니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언니와 남동생에게 물었다. “소원이 뭐야”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는, 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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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1.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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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웅변대회를 했다. 다른 것은 모두 잊었지만, 유독 우리 반 대표로 나간 친구의 웅변 내용은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난다.내용인 즉, 세상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거미 같은 사람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다. 둘째는 개미처럼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도 않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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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1.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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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장일로 몹시 우울한 날이었다.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의 “놀러 와” 하는 한 마디에 바로 달려갔다. 나는 거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장난감들을 대충 발로 밀어내 누울 공간을 마련하고는 벌러덩 드러누웠다. 내가 ‘교활한’ 직장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자, 친구는 먹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그릇을 설거지 통으로 옮기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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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6.10.26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