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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이외의 음료는 거의 먹지 않는다. 특히 청량음료는 평소 아주 경계하는 식품이다. 몸에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콜라는 더더욱 꺼린다. 콜라 원액에 담가 놓은 뼈가 몇 시간 만에 녹아 없어지더라는 얘기를 듣고 난 후부터 먹기가 찝찝했다.이 소문의 정확한 출처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콜라에는 신맛을 내는 물질인 인산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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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11.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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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전 이사를 했다. 4년간 살았던 전셋집은 원래 서너 달만 살기로 했던 곳이다. 남편이 먼 곳으로 직장을 옮길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배와 장판을 하지 않았고, 냉장고와 세탁기 이외에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하나도 들이지 않았다. 나중에 이사 갈 집에 맞춰 필요한 것들을 살 생각이었다.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이직이 취소돼 이사 할 이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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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11.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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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다 말고 남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방금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아 다시 한 번 물었다.“그러니까, 백미랑 현미랑 아예 다른 종자라는 말이지?” “당연하지. 네가 농사를 안 지어봐서 모르는 거야”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어렸을 때 농번기엔 일을 돕느라 집에서 숙제도 못했단다. 당연히 벼가 자라는 것도 봤을 것이다.나도 시골에서 자랐지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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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11.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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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 꽤 많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그 중에서도 남다른 경지에 이른 것 같다. 그는 새벽녘 원두커피 내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다른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세시에 홀로 일어나 어두운 밤의 고요함을 음미하며 커피를 한 잔, 아니 한 주전자 마신다.정신이 또렷해지고 움직일 힘이 솟아나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바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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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10.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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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저녁, 시댁 마당에 남편의 사촌들이 모였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라 서로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다. 화로 두 개에 숯불을 피워 고기와 새우를 굽고 술을 따랐다. 얼큰하게 술에 취한 사촌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마당엔 남편의 누나(내겐 형님) 내외와 조카 세 명만 남았다. 모두 맨 정신인 사람들.이대로 자리를 정리하기엔 뭔가 아쉬웠다. 나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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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10.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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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게 차가운 계절이 다가오는 것이 마냥 좋을 리 없건만 그래도 반갑다. 여름 내내 입었던 갑갑한 옷 한 가지를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브래지어다.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브래지어를 해보곤 깜짝 놀랐다. 이렇게 답답한 걸 어떻게 하고 있지? 당장 벗어던졌다. 하지만 얼마 후 담임선생님에게 등짝을 얻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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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10.1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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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커피를 좋아한다. 특히 비가 오거나 쌀쌀한 날엔 예쁜 잔에 믹스커피 한 봉 털어 넣고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하지만 그냥 꾹 참는다. 일 년을 통틀어 커피는 겨우 한두 잔 마실까 말까 한다.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중학교 때 커피우유를 곧잘 사마셨다. 삼각형 모양의 비닐 곽에 든 커피우유가 딸기우유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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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기자
2017.09.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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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과 마당 한 가운데 있는 사철나무 아래로 기어들어왔다. 이 나무는 혼자 과자를 먹을 때 올라가는 나만의 비밀장소다. 나무 위에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똑같은 과자도 훨씬 맛있다. 이 사실을 엄마가 안다면 “여자애가 드세게 뭐하는 짓이냐”고 혼을 내겠지만 아직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특별히 오늘은 동생과 함께 하기로 했다.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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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9.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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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내 새로운 가족 이름이다. 8월 장대비가 퍼붓던 밤,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며칠 후 우리 집 주차장에서 새끼와 어른의 중간 크기인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귀엽고 안쓰러웠다. 그날부터 주차장에 고양이 밥과 물을 가져다 놓았다. 소심한 마음에 혹여 누가 볼세라, 밤 10시 이후에 밥그릇을 놓아주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아침 일찍 빈 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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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9.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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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서 인스턴트 ‘미트볼’을 집어 들었다. 상추쌈에 하나씩 올려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맛은 딱 가격 만큼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다 먹었다.요즘 내 식욕은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 난생 처음 즉석 미트볼을 사게 만들었다. 아무거나 다 먹고 싶고 다 잘 먹는다. 한창 더울 땐 입맛이 없었는데 다시 식욕이 돋는 걸 보니 가을이 왔나보다. 역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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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9.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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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버스 안에서 나는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쳐다봤겠지만 그런 건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조금 전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병이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향년 59세, 이별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였다.장례를 치른 후 3일 째 되던 날, 유골을 모신 가족공원에서 삼우제를 지냈다. 아빠의 유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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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9.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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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파게티 같은 게 나와!”이 글을 읽는 지금, 부디 식사 중이 아니기를 바란다. 위에 인용한 글은 가수 헨리가 어느 방송에서 한 말이다. 외국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그가 가수 데뷔를 위해 우리나라에 와서 난생 처음 때 미는 것을 경험했단다. ‘블랙 스파게티’는 꽤 오랜 시간 그의 몸을 덮고 있던 거무스름한 때였다.어렸을 때 목욕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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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9.0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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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차로 시골길을 지날 때였다. 어디선가 쿰쿰한 냄새가 났다. 남편이 “근처에 양계장 있나보다”라고 중얼거렸다. 남편이 고등학생일 때 집에서 양계장을 했단다. 사료에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료에 섞는 항생제에서 독특한 향이 나는데 이 쿰쿰한 냄새가 바로 그 냄새라는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양계장 일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가 해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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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8.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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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한 블로그 이웃이 쿠킹클래스를 연다는 공지를 올렸다. 요리 주제는 세 가지 김밥 만들기. 김밥이라면 너무 흔한데 굳이 강습까지 받아 배울 필요가 있는지 의아할지 모르겠다.나는 김밥이야 말로 요리 초보생은 범접하기 어려운, 고수들 세계의 요리라 생각한다. 분식집에서 “아줌마 김밥 두 줄이요” 하고 외치면 5분도 안 돼 뚝딱 포장까지 해서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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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8.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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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날씨가 이렇게까지 더울 수 있다니, 딸꾹질이 나올 지경이다. 작년 22년 만에 찾아온 불볕더위를 이미 겪었는데도 한 해 더 나이를 먹어선지 더위에 적응하기는커녕 몸이 더 지치는 것 같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작년에는 8월 3일부터 25일까지 무려 23일 동안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겼다. 정말 숨 막히는 여름이었다.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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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8.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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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영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왔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흑인은 물에 뜨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인종이다, 수영선수 중 흑인이 한 명도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시골 아이들이 대게 그렇듯 어릴 때 내 얼굴은 무척 새카맸다. 중학교 1학년 때 인천으로 전학 온 내게 ‘아프리카 심’이란 별명이 붙었다. 게다가 나는 곱슬머리다. 어쩌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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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8.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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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을 마치고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휴학했다. 1년 동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빵집은 중ㆍ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번화가 중심에 있었다. 사장을 포함해 제빵사, 배달과 주방 담당 직원, 아르바이트생 등 모두 여섯 명이 일하는 규모가 꽤 큰 프랜차이즈 빵집이었다.당시 환갑이었던 사장은 빵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본사에서 보내주는 굽기 직전 반죽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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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3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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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문학경기장까지 아주 가깝다. 현관문을 닫고 딱 10분만 걸으면 도착한다. 날씨가 좋을 땐 보조경기장 트랙을 한 시간 쯤 돈다. 더워서 걷기 힘든 여름철엔 다른 이유로 경기장을 찾는다. 야구경기를 보는 것이다.남편은 못 말리는 야구광이다. 성격이 급하고 예민한 나와 달리 남편은 흥분하는 일이 별로 없고 말수가 극단적으로 적다. 그의 열정에 찬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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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3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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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어느 술집을 갈까 고민하며 서성이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는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낯익은 얼굴의 그 남자는 황급히 담배를 등 뒤로 숨겼다. 그는 내 남동생이었다. 동생과 나는 같은 대학에 다녔다. 담배를 빨아들이던 동생에겐 수 년 동안 흡연으로 갈고 닦은 숙련자의 아우라가 풍겼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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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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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지기 친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단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다. 집 주인의 독촉으로 급박하게 집을 구하고 이삿날을 잡았다. 이제 친구네 집에 가려면 두 시간 반 동안 버스와 전철을 타야 한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친구는 이삿짐을 싸는 일에 점점 지쳐갔다. 며칠 사이 통통했던 볼이 쏙 들어가 보기가 안쓰러웠다. 친구를 위해 이사 당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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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
2017.07.19 12:09